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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지금 '불륜의 여왕' 콘테스트 중






드라마 속 불륜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다뤄진 불륜은 주로 남성 캐릭터에 의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양상이었다. 불륜에 빠진 남편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내의 모습이 주로 다뤄졌고 아내의 눈물겨운 홀로서기가 작품의 중심을 이뤘다.

불륜 소재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층인 30대 이상 여성들은 불륜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여성 캐릭터의 처지에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탄식을 하다가, 성공적인 홀로서기에 통쾌한 박수를 보내는 식으로 안방극장의 불륜을 즐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격히 불륜의 주체가 여성 캐릭터로 넘어가고 있다. 아내가 불륜에 빠지고 남편이 상처를 입는 양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불륜을 즐기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사랑의 줄타기를 바라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방식이 되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 드라마들은 마치 ‘불륜의 여왕’을 가리자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SBS 월화 미니시리즈 <내 남자의 여자>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는 김희애를 필두로, SBS 주말 특별기획 <푸른 물고기>고소영, MBC 일일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성현아, SBS 금요드라마 <연인이여>의 윤손하, 김서형 등이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불륜의 주역이다.

3월 초 종영한 SBS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의 황수정 또한 본의 아닌 불륜으로 극중 남편 김영호의 속을 무던히도 태웠다.

김희애는 <내 남자의 여자>에서 그야말로 ‘파격’을 과시하고 있다. 정숙한 여성 이미지가 강했던 김희애는 극중에서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지는 상황을 연출하는가 하면, 아찔한 노출 연기로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까지 하고 있다. 노출 수위가 너무 높은 나머지 제작진에서 일부 장면 삭제를 결정했을 정도다.

단연 ‘불륜의 여왕’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성현아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서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정도로 독한 모습으로 불륜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마저도 포기할 듯한 처절한 사랑으로 작품 제목의 ‘나쁜 여자’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연인이여>의 윤손하와 김서형은 각각 상대방의 남편과 불륜에 빠진다.

윤손하가 정신적인 사랑을 탐닉하는 불륜의 주인공이 된다면, 김서형은 육체적인 사랑에 몰입하는 불륜의 주인공이다. 그런 점에서 윤손하와 김서형이 보여주는 불륜은 대결 양상으로까지 비춰진다.

이처럼 불륜의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은 드라마 소재로서 불륜의 진화를 의미한다.

불륜은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오랫동안 각광받았다. 자극적인 소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다뤄졌고,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즐겨봤다. 그러나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라는 도식구도 속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다뤄진 불륜은 식상함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도식구도를 깨고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사회와 가족에서 여성 역할의 변화와 여성들의 성에 대한 인식 변화 등도 드라마 속 불륜이 여성전성시대로 넘어온 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결국 시대상의 변화가 드라마에 반영된 사례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SBS의 한 PD는 “불륜은 그동안 드라마의 소재로 너무 많이 활용됐다. 어떻게든 바뀔 필요성이 있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남녀 간의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같은 불륜이긴 해도 색다른 느낌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갈수록 적극적인 성향을 지니는 여성 시청자의 구미에도 더욱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불륜은 그다지 바람직한 드라마의 소재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륜 소재 드라마는 항상 논란의 중심이 되곤 했다. 그러나 논란의 크기만큼이나 시청자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불륜 경향은 새롭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불륜에 빠진 여성의 모습이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새로운 도식구도를 낳을 수 있고 왜곡된 편견으로 이어질 우려도 남는다. 자칫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해 시청자들이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4/11 16:09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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