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지음

급속하게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 너나할 것 없이 걱정만 할 뿐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미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것은 75세. 이 책은 “나이듦의 희망을 부활하자” 기치로 ‘YO(Young Old)세대’에 주목한다.

이들은 55~75세의 ‘젊은 고령자’로서 풍부한 경륜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물간 세대’로 뒷방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YO세대의 잠재력을 인정해 ‘건강한 중년’으로 대접해야 한국 사회는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YO세대 스스로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즉 신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과 사회적 파워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오랫동안 현역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옛날 직함이 찍힌 명함을 버리고, 사회에 봉사하며 헌신하라고 조언한다. 책 말미에 제시한 노후 준비 플랜도 눈길을 끈다. 리더스북 발행. 1만원.

▲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백남준은 생전에 말했다. “현대예술은 사기다.” 실제로 모처럼 찾아간 화랑에서 폐품을 늘어놓은 것 같은 작품이나 유아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난해한 의미를 해석해느라 머리가 찌근거린다.

또한 현대 예술에 대한 자신의 무지에 지레 주눅들기 일쑤다. 저자는 예술가들이 대중을 우중화(愚衆化)하고 있다며 현대예술의 난해함에 깃든 메커니즘을 풍자한다. “부자들, 무위도식자들, 인기를 좇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장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 나는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는 그렇게 고백했다.

저자는 현대예술은 돈과 권력(미술상인, 화랑 등)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며 앤디 워홀 등도 앞뒤 분간 못하는 유머리스트라고 말한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주문한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실컷 웃음을 터뜨려라.” 그게 복수이니까. 마음산책 발행. 1만1,000원.

▲ 나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아버지’와 ‘가족’ 등을 통해 특유의 서정적 감수성과 경쾌한 문체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그렸던 은희경이 5년 만에 자신의 아홉 번째 소설집을 냈다. 중단편 6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번엔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희비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며 독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 소설적 현실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소설이라는 허구 속에 또 허구적인 설정을 겹겹이 등장시켜 한 차원 다른 생의 진실에 접근한다.

문장에 공을 들여 수사적 긴장을 유지하려는 치열한 노력도 빛바래지 않았다. 특히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날씨와 생활’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작가의 육성으로 소개하는 해설과 성우가 낭송하는 작품을 귀로 듣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창비 발행.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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