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밀려올 뒷물결을 예측함은 현재를 준비하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50년 후는 어떻게 변할까.

하기사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50년 뒤를 전망한다는 것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른다”고 단언하며 세 가지 물결을 제시한다.

시장과 자본이 국가를 대체해 세계를 지배하는 ‘하이퍼 제국’을 형성하며, 상상 못할 무기가 등장해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이 싸움을 벌이는 ‘하이퍼 분쟁’이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며, 이후 보편적이고 박애 정신을 지닌 새로운 힘이 등장해 균형을 가져오는 ‘하이퍼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 미국은 쇠퇴하고 한국 등 11대 강국이 주도하는 다극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힘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끈다. 위즈덤하우스 발행. 1만7,000원.

▲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우실하 지음

1980년대 이후 요하 일대(만주 남부 평원을 흐르는 랴오허강)에서는 대규모 신석기 유적과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8,000년 전의 옥귀걸이, 돌로 용의 형상을 쌓은 7,600년 전의 석소룡,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보다 앞선 도부문자 등…. 놀랄 만한 사실은 이 유물들의 나이가 중국이 자랑하는 인류 최초의 황하문명론(기원전 3,000년경)보다 무려 2,000년 이상 앞선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화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이 들고 나온 것이 ‘요하문명론’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요하 일대는 중국문명의 시발점이며 여기서 발원한 예·맥족 등 고대 민족들은 중화민족의 일부라는 것. 그 논리대로라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체가 중국의 방계 역사 문화에 편입될 수 있다.

고구려사를 편입하려는 동북공정보다 더 무서운 역사전쟁이다. 이 책은 그러한 중국의 숨은 의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나아가 한·중·일 국경을 넘어 요하문명을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모태로 삼자고 제의한다. 소나무 발행. 1만5,000원.

▲ 노름마치/ 진옥섭 지음

책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노름판 용어일까. 그것이 아니란다. 노름은 ‘놀다’의 놀음과 ‘마치다’의 마침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나. 즉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다감한 말이다. 그러니 책 제목을 ‘무대의 고수들’이라 지었으면 얼마나 밋밋했을까.

책 내용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대중예술인을 배우다, 무용가다, 연주자다 하여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만 우리 가락과 춤사위를 휘감아 온몸으로 신명을 펼치던 기생, 무당, 광대, 춤꾼 등 전통 예인(藝人)들에 대해선 예전부터 푸대접, 무대접이다. 저자는 무(無)의 공간에서 무(舞)를 펼치며 절대 자유를 소요유(逍遙遊)했던, 이름조차 가물한 그들 명인의 삶의 이야기를 활자로 살려낸다.

사람의 무관심만큼이나 사는 곳마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을 찾아나선 발품 덕에 그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글도 운치가 넘친다. 종이 위에서 펼쳐지는 한 판 춤을 보는 듯하다. 생각의 나무 발행. 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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