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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고추나무
진짜 고춧잎 닮아 무쳐먹어도 맛있네



봄 숲에 고추나무 흰 꽃이 눈부시게 곱다. 꽃잎이 하도 깨끗하여, 보는 이의 마음마저 맑게 한다. 꽃빛을 닮은 아주 은은한 순백의 향기도 있다. 키도 적절하여 손에 닿을 듯 꽃이 보이니 정답다. 봄철 숲속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나무 이름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설마 고추나무를 고추가 열리는 나무로 생각하지는 않겠지. 하긴 벼를 쌀나무로 부르는 무지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고추가 열리는 풀인 고추와 고추나무는 식물학적으로 전혀 무관한 종류이다. 그런데 이런 공통된 이름을 가진 이유는 고추나무의 마름모꼴의 잎이 고추잎과 아주 비슷한 때문이다.

더러 흰 꽃이 비슷하다 하는 이도 있으나 잎을 한번 보면 이름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하기사 도시인들 중 식탁 위에 올라온 열매 고추는 알아도 열매를 맺기 전 잎이 달리고 꽃이 핀 고추는 몰라볼 이도 꽤 있을지 모르겠다.

고추나무는 고추나무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고춧잎을 닮은 3개의 작은 잎이 모여 서로 마주 달린다. 얇은 고춧잎보다는 보다 두껍고 다소 반질거린다.

봄에 피는 꽃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볼 수 있어 좋다. 손톱만 한 희고 작은 꽃은 모여 손가락 길이만큼의 원추상의 꽃차례를 만들어 핀다.

꽃도 좋지만 가을에 익은 열매도 재미나다. 익으면 둘로 갈라져 마치 바람을 넣은 고무 베개처럼 부풀어 오르고 그 속엔 2개의 방과 씨앗이 들어 있다.

다소 독특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이야기하였지만 이외에도 개절초나무, 미영다래나무, 매대나무, 고치때나무, 까자귀나무, 미영꽃나무, 쇠열나무 등 지방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쓰임새로 치면 우선 식용을 들 수 있다. 고춧잎을 닮은 잎은 고춧잎을 먹듯 나물로 무쳐 먹는다. 맛이 아주 순하고 부드럽다. 나물 가운데 쓴맛이 나거나 독특한 향을 지닌 것이 많지만 고추나뭇잎으로 무친 나물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냥 삶아 데쳐 무치는 나물 이외에도 튀기거나 볶거나 국거리 혹은 묵나물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나무도 흔하고 잎도 많이 달리니 고추나무 하나 알아두면 나물로 먹기엔 아주 좋다.

약으로도 쓰이는 기록이 있는데 아기를 낳은 후 생기는 증상 등에 처방한다.

아직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관상수로 개발도 가능할 듯싶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꽃도 열매도 두드러지진 않아도 처지지도 않으니 한쪽 담장을 고추나무 생울타리로 만들어 두면 꽃도 보고 나물도 즐길 수 있으니 좋을 듯하다. 자라는 곳을 크게 가리지 않고 꺾꽂이 같은 것으로도 쉽게 번식하므로 키우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잡목으로 치부하던 고추나무가 꽃의 아름다움, 열매의 귀여움, 나물의 솔솔한 재미를 주니 유익하다. 그래서 좋다. 사람도 매한가지리라. 겉으론 못생기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잘 찾아보면 나름대로 몇 가지의 재주는 다 타고 난다. 단지 우리가 무시하고 모를 뿐이다.



입력시간 : 2007/05/01 15:28




이유미 국립수목원 역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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