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하면 생각나는 것은 ‘인스턴트’. 기름에 튀긴 면과 화학 수프 때문이다. 그럼 일본 라면은? 역시 인스턴트 라면이 있긴 하지만 전통 라면집들은 생면과 육수를 고집한다.

그리고 국물 한가운데 푸짐하게 떠 있는 고명들. 그래서 일본에는 같은 라면 집이더라도 맛을 차별화시킨 전문점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전통 라면 맛을 낸다는 전문점들이 여럿 성업 중이다. 일본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몰려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 맛봤던 라면을 잊지 못하는 한국인 대상으로 최근 늘고 있다. 쇼유면 쇼유라면, 미소면 미소라면 등 전문 메뉴 중심으로 종류는 그리 많지 않고 규모 또한 대부분 크지 않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일본 라면 맛을 한자리에서 다양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까? 서울 서초동에 다양한 종류의 일본 전통 라면을 내놓는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라멘 만땅’. 주유소에서 ‘만땅’ 하고 외치는 말 그대로 ‘라면의 맛 가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메뉴판에 적힌 라면 종류만 대략 10가지. 일본 라면의 기본이랄 수 있는 쇼유라멘과 미소라멘을 비롯, 탄탄멘, 쇼유차슈라멘, 파이코멘, 노리라멘, 네기라멘, 하까다 돈코쯔 라멘, 연잎 오가닉라멘 등 일반에게 생소한 이름이 적지 않다.

‘한곳에서 맛보는 일본 라면 도시 기행’이란 컨셉트로 홋카이도 라면부터 오사카 라면까지 일본 열도의 유명 라면을 본고장 맛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라면 맛은 종류별로 각양각색이다. 육수와 면발, 그리고 고명까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소, 돼지, 닭 등의 뼈를 고아낸 국물은 걸쭉하며 숙주, 죽순, 마, 파, 김, 해산물 등의 고명은 메뉴에 관계없이 한결같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일본 북부지방에서 발전했다는 미소라멘은 담백하고 고소한 일본 된장(미소) 맛이 국물에서 배어난다. 역시 일본의 양대 라면 중 하나인 쇼유라멘은 간장 맛을 기본으로 한다. 담백하면서도 우동 맛에 가깝다. 둘 다 숙주와 파, 미역, 차슈 등이 얹혀져 있다.

차슈는 기름기를 제거한 후 간장 앙념으로 조린 담백한 맛의 얇게 저민 돼지고기. 쇼유 라멘을 기본으로 차슈를 추가로 토핑, 좀 더 깊은 맛을 냈다면 미소차슈라멘이 된다. 쇼유차슈라멘도 마찬가지.

탄탄멘과 나가사끼 짬뽕은 특유의 맵고 얼큰한 맛 때문에 인기다. 청양고추와 양파로 양념한 육수와 어우러진 탄탄멘은 매콤하면서 칼칼한 맛을 낸다. 중국과 일본의 미각이 가미된 독특한 향토면인 나가사끼 짬뽕은 야채, 홍합, 오징어, 새우 등 신선한 해물 맛을 그대로 우려낸 진한 육수에 쫄깃한 면이 돋보인다.

라면 사리를 다 먹어갈 때쯤 생각나는 건 공기밥. 그러나 일본라면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신 교자만두가 나온다. 윗부분이 노릇하게 살짝 달궈진 일본식 만두는 언뜻 튀김만두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을린 자국이 전혀 없이 물만두의 모습이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만두를 굽다가 노릇노릇 익을 때쯤 물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증기로 익히는 방식으로 조리되기 때문이다. 만두의 반은 찐만두, 나머지 반은 군만두 맛을 내는 셈이다. 만두와 함께 맨밥에 깨와 김 등을 넣어 손으로 빚어낸 주먹밥 격인 오니기리도 입맛을 당긴다.

메뉴 쇼유라멘, 미소라멘 등 라면류는 5,000원부터. 오니기리 1,000원, 야끼교자 2,000원. 저녁부터 새벽 3시까지 타마고 야끼, 타코 와사비 등 간단한 술 안주도 곁들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 대로변 기업은행 옆 (02) 591-7877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