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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의 논술 가로지르기] 한일 합작 드라마는 무엇을 합작했는가?
'별의 소리' 등 세 편에 대한 짧은 분석



별의 소리


프렌즈


소나기, 비 갠 오후

대중매체의 발달은 인간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극복시켜 왔으며, 개인들 간의 접촉 범위와 방식, 그리고 생활의 흐름을 변화시켰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등학교 사회문화』, 193쪽

대중매체는 한 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나라와 나라 간의 문화적 교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살펴볼 ‘프렌즈(2002)’, ‘소나기, 비 갠 오후(2002)’(이하 ‘소나기’), ‘별의 소리(2004)’와 같은 드라마는 양국을 대표하는 지상파 TV방송국 간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평범한 드라마와는 다르다.

합작 드라마는 단순히 수익을 위해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태생부터 한국과 일본 사이에 남아 있는 감정적 앙금을 해소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양국의 기획자들이 염두에 두었을 법한 제작방향을 나름대로 짐작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한국과 일본의 과거 역사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들추어내는 무리수를 두지 말 것.

② 드라마를 통해, 양국의 시청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

③ 합작드라마를 통해, 양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장점을 서로 배울 것.

양국의 드라마 기획자들은 ①에 대해서 가장 민감했던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프렌즈’, ‘소나기’, ‘별의 소리’는 모두 한국인 남성 주인공과 일본인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 드라마 모두 주인공을 이런 방식으로 배치한 것은, 일왕으로 대표되는 남성적 군국주의 국가인 일본과 일본군 성노예로 대표되는 여성적 피식민지 조선이라는 구도가 합작 드라마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현되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이라는 배치는 한국인의 망탈리테(집단적 무의식) 안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성 역할을 역전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는 일본의 남성적 폭력으로 유린당한 조선의 여성적 이미지가 생산해낸 ‘증오와 분노’를, ‘남성적 한국’과 ‘여성적 일본’이라는 치환을 통해 한시적으로 억압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억압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운명적인 사랑이다.

‘프렌즈’와 ‘소나기’의 여주인공인 토모코와 치즈루는 처음에는 한국 음식을 통해서, 그 다음은 한국 남성을 통해서 한국적인 것을 접한다(반면, ‘별의 소리’에서는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이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의 장소들은 양국 문화 간 차이점과 유사점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프렌즈’에서 나오는 일본의 출근길 모습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지만, 토모코가 자신의 실수 때문에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죄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또한 ‘소나기’에서는 치즈루가 오빠와 한식집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의 식사 예절(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거나,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지 않는 않거나 하는 등)을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일본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웠을 것이다.

또한 치즈루가 기모노를 입고 무릎을 꿇고 앉는 장면이나, 장례식에서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관습 등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 밖에도, 별의 소리에서는 일본에도 견우와 직녀 이야기와 똑같은 전설이 존재한다는 정보가 제공되며, ‘소나기’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일본에는 ‘여우의 창’이라는 소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드라마를 통해 알 수 있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는 대부분 전통 문화(음식, 가옥, 의복, 예절 등)와 관련된 것들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합작 드라마가 지향하는 한·일 간의 상호이해가 결국은 서로의 색다른 전통문화를 눈요깃거리로 제공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합작 드라마 속의 일본 여성들은 일본 남성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반면, 한국 남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본 남성에게는 없는 무엇인가가 한국 남성에게는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무뚝뚝함, 거만함, 무례함 뒤에 숨겨진 따뜻함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일본인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아버지의 기대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는 지훈(프렌즈)이나, 여성에게 무뚝뚝하고 자기 중심적인 대진(소나기)은 한국 남성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한국 남성의 이미지는 결국, 약간은 제멋대로이고 무례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다정다감하고 강한’ 남자로 수렴된다.

특히 강한 한국 남성이라는 이미지는 '프렌즈'에서 지훈의 해병대 훈련을 통해 잘 나타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힘든 군사 훈련은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련을 통해 강인함을 획득하는 한국 남성의 통과의례로 묘사된다.

이와는 달리, 일본 남성은 열정이 부족하거나 여성에게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재현되고, 일본 여성 주인공은 쾌활하지만 철이 없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결국 드라마는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을 이끌어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편, 합작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은 서로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이들은 한국인과 일본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편한 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들이다.

예를 들어, ‘별의 소리’에서 미사키는 자신을 싫어하는 지영에게 ‘외국인이라고 차갑게 대하는 거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함으로써 일본인은 단지 외국인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왜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을 단지 ‘외국인’에 대한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프렌즈’의 여주인공인 토모코는 한 술 더 떠서, 재일 한국인인 미도리를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합작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갈등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단지 다른 말을 사용하고,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로 묘사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사실 초월할 것은 애당초 언어적 장벽밖에 없었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드라마 제작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안에서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데에도 문제가 된다.

현실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프렌즈’에서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이메일을 통해(지훈의 친구가 일본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메일을 번역해 주고, 대신 메일을 써준다), ‘소나기’에서는 영어를 통해(두 주인공은 모두 영어를 할 줄 안다), ‘별의 소리’에서는 일본어를 통해(성재는 일본어에 능통하다.

그런데도 미사키는 한국어를 배운다) 해결된다. 재미있는 점은 드라마 속에서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언제나 일본 여성이라는 점이다. 반면 한국 남자 주인공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를 일본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결국 언어적 장벽은 로맨스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못하며, 언어적 장벽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곧 상대에 대한 애정이 깊어가는 계기가 된다.

결국, 합작드라마가 한일 상호이해를 돕기 위해 내린 처방은 고작 ‘일본어(혹은 한국어)를 배우자’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합작드라마는 진부한 한·일 전통문화 간 차이와 전형화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대가로 내 소중한 시간만 빼앗았다. 눈물 난다!!!

새로운 한·일 합작 드라마 ‘목련꽃 아래서’가 2007년 5월 방영을 목표로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다. 역시 남자 주인공은 한국인이고, 여자 주인공은 일본인이다. 이번에는 주인공 모두 미국 유학생이라는 설정으로 언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설마, 또 터프한 한국 남성과 천방지축 일본 여성의 로맨스는 아니겠지?



입력시간 : 2007/05/02 13:48




TOPIA 논술아카데미 선임연구원=심원 i2u4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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