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달꼼한 똥을 싸고"('낡은 집') 있는 2000년대, 삶은 "햇살에 취해 바람처럼 흔들"('이사')리며 마침내 "눈 푸르게 돋아난 별자리"('폐사지에서 1')가 되어 지난해 세상을 등진 시인의 유고집이 추모 1주기를 맞아 나왔다.

미발표작 등 총 44편의 시가 실린 시집에는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노래로 널리 알려진 노동시인의 명성에 걸맞게 눈물겹게 살다 간 생존의 문장이 꽃처럼 활짝 피어 있다. 박영근 지음. 창비 발행. 7,000원.

우리 말에 빠지다

'전 세계에서 엄마, 아빠를 똑같은 의미로 똑같이 발음하는 다른 나라가 있다. 바로 파키스탄이다. 왜 그럴까'. 책은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우리말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KBS 제1FM 라디오에 방송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어처구니 없다', '잡동사니', '억지 춘향', '주책' 등 항목마다 짧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힌다. 김상규 지음. 젠북 발행. 9,800원.

고우영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30여 년 전에 쓴 <고우영 미국 만유기>, 20여 년 전에 쓴 <고우영 유럽 만유기>, 그리고 10여 전에 쓴 <고우영 중국 만유기>를 고인의 2주기를 맞아 재편집한 여행 에세이다.

오래 전에 답사한 내용이라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다분하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현재를 비교해보는 맛이 색다르다. 특히 고 화백 특유의 좌충우돌 재치·해학이 넘치는 코멘트와 캐릭터는 아련한 추억여행으로 안내한다. 고우영 지음. ㈜자음과모음 발행. 각 권 1만 1,700원.

토머스 머튼과 틱낫한

종교 갈등으로 분쟁이 빈발하는 시대에 세계 종교인들의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절실하다. 그리스도인 토머스 머튼과 불자인 틱낫한은 '명상과 사회활동은 하나'라는 의식을 공유하며 통교한다.

저자는 이를 '참여 영성'이라고 규정한다. 책은 두 사람의 삶을 추적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종교 간 대화의 선구자가 되었는지, 나아가 종파주의에 물든 지구를 구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로버트 H. 킹 지음, 이현주 옮김. 두레 발행.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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