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그린 여자들의 우정과 상처극복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개막된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터질 듯 익은 달걀 노른자 냄새처럼 정겨운 맛이 느껴진다. 무대는 작지만, 훈훈한 여운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

음악도 친근하다. 외국 작품이지만, 포크 스타일을 기초로 한 아코디언과 기타, 현악기가 어우러진 음악은 매우 친밀하게 귀에 와 닿는다.

주인공은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감옥 복역을 마친 첼시.

그녀가 출소 후 새 출발을 위해 길리아드라는 조용한 마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펄시는 마을 보안관 조의 도움으로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일을 시작하고 새 출발을 위해 노력하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사실이 마을 전체에 퍼지면서 주위의 의심이 점점 깊어만 간다.

그러나 주위의 냉대와 외로움 속에서도 펄시는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의 주인인 한나와 조카 케일럽의 아내인 쉘비와 우정과 신뢰를 쌓아간다. 세 여인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극복하는 과정이 훈훈하게 그려진다.

1996년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 수상작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온통 사랑 타령 일색인 뮤지컬에 흥미를 잃은 관객들에게 권할 만한 따뜻한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 조합 또한 기대 이상이다. 배역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배우들을 맞춤 캐스팅하여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꼬장꼬장하고 무뚝뚝한 스핏파이어 그릴의 한나 할머니 역에는 배우 이주실이 캐스팅돼 30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고, 베일에 가려진 20대의 펄시 역에는 ‘태풍’, ‘미녀와 야수’의 뮤지컬 배우 조정은, 30대의 내성적인 현모양처 ‘쉘비’ 역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이혜경이 캐스팅돼 소극장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충무아트홀 개관기념작으로 8월 5일까지 공연된다.(02) 348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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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