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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문경 김룡사
"엄마! 깨달음이 뭐야… 응~ 엄마 마음을 아는 거란다"
운달산 깊은 계곡 초록의 숲에 파묻힌 山寺, 큰스님들이 용맹전진하던 도량



김룡사에서 대성암으로 가는 길목의 전나무 숲.


대승사에 딸린 비구니암자인 윤필암의 예쁜 석교.

세월이 참 빠르다. 엊그제가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짙은 숲과 시원한 계류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초록의 기운에 파묻혀 듣는 해맑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거기에 향내 그윽한 산골의 조용한 절집에서 풍경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랴. 문경의 김룡사(金龍寺)가 그런 도량이다.

■ '이 문에 들어오면 안다는 것을 버려라'

운달산(1,097m) 서남쪽으로 흐르는 운달계곡으로 들어서면 수림으로 둘러싸인 김룡사가 문득 나타난다. 일주문 현판엔 홍하문(紅霞門)이라 쓰여 있다. ‘붉은 노을 문’이라! 그러나 이는 그리 낭만적인 뜻이 아니다.

‘붉은 노을은 푸른 바다를 꿰뚫는다’는 홍하천벽해(紅霞穿碧海)에서 따왔는데, 이는 성철 스님이 평소 즐겨 하시던 말씀으로 용맹정진을 통해 얻는 깨달음을 말한다. 또 주련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문에 들어오거든 안다는 것을 버려라(入此門來莫存知解) / 비우고 빈 그릇에 큰 도가 가득 차리라(無解空器大道成滿)’. 그래 한번 다 버리고 들어서보자.

김룡사는 588년(신라 진평왕 10), 운달조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몇 번의 화재로 대부분 불에 탔고 중창을 거듭했으나 1997년에 다시 큰불이 나 대웅전을 제외한 많은 불전이 화마에 사라졌다.

따라서 대웅전 주변의 전각과 당우들은 최근 다시 지은 탓에 예스런 맛은 좀 떨어진다.

대웅전 마당엔 노주석 2기만 서있는 게 특이하다. 야간 행사가 있을 땐 석등이 아니라 노주석 위에다 관솔불을 놓아두고 어둠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탑은 금당 앞이 아니라 응진전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대웅전은 공포의 처마밑 장식인 살미가 아름답다. 살미 사이엔 물고기, 다람쥐, 새, 국화문, 연꽃문 등 다양한 동식물이 보일 듯 말 듯 하니,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언덕의 약사여래석불 앞에 앉으면 금강송에 둘러싸인 아늑한 산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풍수가들은 김룡사의 가람은 소가 누운 형국인 와우형(臥牛形)이란다. 그래서 지맥의 흐름에 따라 약사여래석불을 세우고 탑을 두었다. 이런 지세에선 큰일을 하는 인물이 나온다.

조계종 종정을 지내셨던 성철·서암·서옹, 그리고 법전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을 하고 밖으로 나가 큰 이름을 떨쳤으니 허언은 아닌 듯하다. 고승들은 모두 소의 눈에 해당하는 동쪽 계곡 너머의 명부전에 머물렀다 한다.

김룡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비구니 암자인 대성암이다. 절문을 나와 대성암으로 올라가다 보면 길 양쪽으로 전나무 숲이 장관이다. 500m도 안 되는 짧은 길이지만 정말 예쁘다.

국내에서 유명한 오대산 월정사나 변산 내소사의 전나무 숲보단 연륜이 짧고, 길가의 전봇대가 거슬리긴 하지만 제법 품위가 넘친다. 그 숲엔 단풍나무, 느티나무, 떡갈나무가 짙다.



문경 김룡사는 조계종 종정을 지내셨던 성철·서암·서옹, 그리고 법전 스님이 수행한 절집이다.


김룡사 숲이 이렇게 잘 보존된 이유는 운달산이 능묘의 제사에 쓰이는 향목과 목탄을 조달하기 위해 수목을 보호하던 향탄봉산(香炭封山)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숲도 불법도 모두 울창한 김룡사의 으뜸은 이렇듯 자연의 후광이라 할 수 있다.

이 길을 느릿느릿 걷다보면 욕심은 버려지고 대신 녹색 산소에 마음은 한없이 평화스러워진다. 절집 앞 계곡엔 냉기가 철철 넘쳐나니 이른 더위를 식히기엔 더없이 좋다. 일주문에 쓰여 있던 글귀의 뜻을 이제야 조금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 아담하지만 너무 예쁜 윤필암 석교

한편, 김룡사에서 승용차로 10~20분 거리에 있는 대승사(大乘寺)는 587년(신라 진평왕 9)에 창건한 절집. 이 절집 산마루엔 사면(四面) 석불상이 있는데, <삼국유사>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587년(신라 진평왕 9) 커다란 비단 보자기에 싸인 사면석불이 공덕봉(功德峰) 중턱에 떨어졌는데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4불암이었다. 왕이 소문을 듣고 그곳에 와서 예배하고 절을 짓게 하고 대승사라고 사액하였다.

망명비구(亡名比丘)에게 사면석불의 공양을 올리게 하였고, 망명비구가 죽고 난 뒤 무덤에서 한 쌍의 연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뒤 산 이름을 사불산 또는 역덕산(亦德山)이라 하였다. 이 절엔 금동보살좌상(보물 제991호), 대승사목각탱부 관계문서(보물 제575호) 등이 남아 있다.

대승사 일주문 서쪽 숲속에 자리한 윤필암은 자그마한 산중 암자가 아니라 제법 여러 동의 전각을 갖춰 규모도 제법 큰 편이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이 머무는 곳답게 정갈하고 아기자기하다.

특히 사불전으로 가는 길목의 아담한 석교는 얼마나 앙증맞고 예쁜지 감히 신발 신고 건너기가 미안할 정도다.

■ 교통

△자가운전= 서울→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 중부내륙고속도로(김천 방면)→ 점촌함창 나들목→ 문경시→ 6km→ 59번 국도(단양 방면)→ 산북면→ 대하리 삼거리(좌회전)→ 김룡사 <수도권 기준 2시간30분 소요>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ARS 446-8000)에서 점촌(문경시)까지 매일 30여 회(06:00~20:30) 운행. 2시간 소요. 요금 10,700원. 대구 북부시외버스정류장(053-743-4464)에서 매일 30여 회(07:10~20:56) 운행. 2시간~2시간 30분 소요. 요금 7,300원. △현지교통= 점촌시내버스터미널(문경여객 054-553-2231)에서 김룡사까지 매일 9회(06:50~20:10) 운행. 50분 소요. 요금 2,500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터미널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10분 소요. 요금 2,500~3,000원.

숙식 김룡사 입구의 김용별천지가든(054-553-2211)은 송어회(1kg 1만 6,000원)와 청둥오리구이(3만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김천식당(054-552-6943)에선 닭백숙(3만원)을 맛볼 수 있다. 숙식할 곳이 많은 문경 시내(점촌), 문경새재 입구는 모두 승용차로 30~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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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5/28 15:12




글·사진 민병준 san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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