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압적 사회로부터 유린당하는 인간의 비극

국립오페라단이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은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마이 넥스트 오페라’의 첫 번째 무대로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를 선보인다.

독일의 대표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오페라로는 알반 베르크가 만들어 1925년 초연했다. 제목이 ‘보이체크’에서 ‘보체크’로 바뀐 것은 초고 당시 알아보기 힘든 뷔히너의 필체로 출판 과정에서 생긴 오류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신의 정부를 살해한 군인이 의학적인 소견만을 근거로 공개 처형당한 실화를 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언뜻 치정극으로 비춰지지만, 폭력적인 사회에서 억압받는 인간의 비극을 묘사한 사회극이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연극으로는 국내 무대에 자주 올려져 인기를 끌었으나, 오페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만들어진 급진적인 현대 작품이다.

한 인간의 충격적 실화로 촉발된 사회적 문제를 현재의 동시대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전형적인 표현주의 작품으로,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적인 기법으로 쓴 최초의 오페라라는 점이 특징.

바그너의 악극보다도 한 단계 앞선 형태로 평가받는다. 지휘자 정치용은 “현대 오페라,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무조 음계를 사용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장르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보체크’역은 국립오페라단의 상근 단원인 바리톤 오승영이 맡았고,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연기파 가수 김종화가 같은 역으로 경합을 벌인다.

지난해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지휘(정치용), 연출(양정웅), 무대미술가(임일진)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실험적 무대에 도전했다.

공연은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서. 공연에 앞서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무료 공개강좌는 5월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대연습실에서 열린다. (02) 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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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