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시원한 맛 "해장에는 그만이야"

동해안에 제법 덩치가 큰 생선 한 종류가 곧잘 잡힌다. 길이는 70~80㎝, 무게도 당연히 나간다. 이름은 ‘곰치’. 예상대로 곰처럼 미련스럽고 퉁퉁하게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

아귀나 쥐치처럼 예전에는 곰치 역시 잡히는 대로 버려졌다. 생긴 것도 내세울 만한 외모(?)가 아닌 데다 맛도 희한해서다. 살이 워낙 물러 일반 생선의 어육 맛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한다.

많은 이들에게 그다지 사랑받던 생선이 아닌 데도 맛을 아는 이들은 곰치를 즐겨 찾아 왔다. 맛과 효과가 해장국용으로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여의도에 곰치국 음식점이 하나 들어섰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더더욱 아닌 데도 버젓이 전문 식당이, 그것도 서울 시내에 있다니 조금은 놀랄 만하다.

강원권에서 물곰, 물꼼으로도 불리는 곰치는 주로 국을 끓여 먹는다. 육질이 워낙 부드러워 젓가락으로는 먹을 수 없을 정도. 젓가락으로는 집히지도 않을 뿐더러 휘저으면 금방 풀어져 버린다. 숟가락으로 살살 풀어 먹다 보면 꼭 순두부를 뜨는 것 같다. 수분 함량이 높아서인데 그래서 곰치국은 너무 시원하다. 비린내도 없이 담백함 그대로다.

이곳에 곰치국 식당이 들어선 건 4년 전. 주인 황규영 씨가 ‘자신감 있게’ 곰치국을 전문으로 내면서부터다. 상호도 ‘한양 곰치국’.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곰치국을 먹는 이는 강원도 해안 출신이 대부분이었을 시절이다. 하긴 요즘에도 곰치국에 대해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을 듯싶다.

주인 황 씨가 곰치국에 올인하게 된 것은 친구와의 인연 때문. 속초에서 곰치 중개인을 하는 친구가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겁없이 뛰어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고전했다. 하루에 겨우 5~6그릇 파는 날도 적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을 겪은 지금은 단골들이 넘쳐난다.

심해에서 살아 전량 자연산일 수밖에 없는 곰치는 속초에서 직접 보내온다. 물량 확보가 사실 쉽지 않다. 친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 물량만은 먼저 챙겨 준다고. 실제 서울 시내에서 곰치국 전문집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수산시장에서도 곰치를 찾아 보는 것은 흔치 않다.

일부 식당에서 곰치국을 메뉴에 적어 놓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주문했다가 ‘오늘은 안 된다’는 대답이 적잖이 나오기 때문. 곰치 수급이 항상 일정하지 않아서다.

이곳의 곰치국 맛은 담백하면서도 시큼한 향이 우러난다. 국물을 끓일 때 묵은지를 같이 넣기 때문이다. 김치 국물 맛이 연하게 배어 더 맛이 살아나는 것 같다. 묵은지는 속초에서 담가 2년 동안 보관해 놓은 것으로 오래 될수록 더 맛을 내준다고.

다른 양념을 넣지 않고 주로 ‘지리’로 끓여 먹는 강원도에서 먹는 곰치국보다 낫다는 손님도 많다. 굳이 지리로 맛보려면 전골식으로 냄비에 끓여 먹는 물곰탕을 시키면 된다. 곰치는 최대한 매일 직송된 것만을 사용한다. 냉동시키면 고기 살점이 흐트러져 버리고 수분이 많아 말리면 아예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메뉴

곰치국 7,000원, 과메기 1만원, 곰치탕 2만~3만원, 강원도 참골뱅이와 가자미막회, 문어는 접시당 2만원.

▦ 찾아가는 길

서울 여의도 렉싱톤호텔 건너편 한양빌딩 지하1층 (02)780-7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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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