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분홍 아름다움 속에 숨긴 억센 생명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것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식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별하게 아름답고 눈에 뜨이는 것은 뭇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다치기 쉬운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두 같은 이치이고, 화려한 꽃을 피워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을 찾는데 많은 에너지를 쓴 식물들은 어떠한 여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뛰어난 적응력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아무래도 좀 소홀한 듯 싶다. 그러나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식물들이 더러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패랭이꽃이다.

패랭이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줄기를 세우면 무릎 높이는 되지만, 대부분 수많은 줄기가 포기를 이루어 서로 포개지면서 비스듬히 자라므로 그냥 지면에 낮게 스러져 있는 듯 보인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패랭이는 양지바르고 건조한 곳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으며, 이웃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꽃이다.

작은 대나무 잎 처럼 피침형으로 생긴 분백색의 잎새는 잎자루도 없이 마주 달리는데 길이는 3~4cm 정도 된다. 마주 보는 잎의 밑부분이 서로 합쳐져서 짧게 통처럼 되는 것도, 잎 가장자리가 밋밋한 것도 특징의 하나이다.

초여름 개화해 한여름 내내 볼 수 있는 진 분홍색 꽃은 갈라진 줄기 끝에서 한 개씩 핀다. 길쭉한 원통형의 꽃받침과 원통형의 통꽃은 그 끝이 5갈래로 갈라져 수평으로 벌어진다. 자세히 보면 갈라진 부분에 무늬도 나있고 긴 털도 보송보송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다.

패랭이꽃 종류들은 보통 석죽(石竹)이라고 불린다. 마디가 있고 그 마디를 서로 마주보고 감싸며 2장씩 달리는 잎이 대나무 잎을 닮았고, 돌이 있는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 붙은 이름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 이외에도 이름이 많다. 가지가 대나무와 닮았다는 뜻의 지여죽(枝如竹)이라는 한자 이름을 비롯, 낙양화, 천국화, 참대풀, 산죽(山竹), 패리꽃 등 가지가지 이름들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패랭이란 우리말 이름은 꽃 모양이 옛 하층계급 사람들이 쓰고 다니던 모자 ‘패랭이’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한방에서는 패랭이와 유사한 종류들을 모두 구맥(瞿麥)이라는 생약으로 이용한다. 대개는 지상부 전체 혹은 종자를 구표(瞿表)하여 이용하는데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나 방광염, 용도염 등 어혈의 정체로 일어나는 몇가지 증상에 처방했다고 옛 문헌들은 전하고 있다.

단 다량 섭취시 임산부의 유산 우려가 있다고. 많이 이용하지는 않지만 어린잎을 끓여 떪은 맛을 제거, 무쳐먹거나 볶아먹기도 한다.

패랭이는 이름이 친숙하여 정답고, 한번 보고 나면 그 특별한 모습과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잘 잊지 못하는 꽃 중의 하나이다. 심심산골이나 혹은 도심의 공원이나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그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친숙한 이 꽃을 만나면 한번 이름을 크게 불러주자. “예쁜 우리 꽃 패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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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