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6색 록밴드가 펼치는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아마도 연극인 박용전의 특기는 독심술인 듯 하다.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법을 진작에 간파한 듯 보인다. 초반 5분 이내에 승부를 보는 기선 제압과 막판 결정타를 배치하는 끝마무리는 그의 평범한 장기일까?

뮤지컬 ‘오디션’은 대중 심리전에 강한 박용전의 1인다역 작품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이번 공연의 극본부터 작사, 작곡, 연출을 모두 맡았다. 등장 배우들이 어쩐지 낯익어 보인다면, 박용전의 전작 ‘밑바닥에서’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 나직히 내레이션이 울려 퍼지면서 이윽고 무대에 불이 켜진다. 록밴드 복스팝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하 연습실을 아지트삼아 모인 복스팝은 멤버들의 개성도 6인6색이다.

창백하고 말 수 없는 천재 기타리스트 찬희와 그를 사랑하는 드러머 석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병태는 자신의 음악성을 스스로 얕보는 소심파다. 병태의 소개로 어렵사리 보컬 가수 선아가 영입되고,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 씩씩한 여성 초롱은 영원한 음악인생을 꿈꾼다.

준철은 좌충우돌의 복스팝을 사실상 이끌어가며 유명 콘테스트의 오디션을 함께 준비해간다. 집요한 설득작전에 끌려 보컬로 들어선 선아가 병태의 매력에 이끌리는 가운데, 돌연 예기치못한 사태가 벌어진다.

준철 역의 박정환를 필두로 배우 이승현, 윤석원, 강초롱, 백은혜, 정찬희가 각각 병태, 석원, 초롱, 선아, 찬희 역으로 무대에 선다.

‘오디션’의 초반 선제공격이 먹혀들어간 데에는 특히 빨간 머리로 등장해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인기를 몰고 다닌 윤석원의 공이 지대하다. 박용전의 유머 화법이 준철과 석원을 중심으로 집중 포격을 가한다.

맨 첫 연주곡부터 관객들의 강렬한 환호가 터질만큼 스토리에 스며든 음악들도 매우 감미롭다. 평소 가요나 팝, 특히 발라드 락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삽입된 음악들만으로도 충분히 재충전의 시간을 얻고 갈 만 하다.

앞서 말했듯이, 그중에서도 도입부와 결말부를 장식하는 일련의 연주와 노래들은 달콤하면서도 극적인 맥동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박용전의 음악적 역량을 재확인케 한다.

반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주는 재미와는 별도로 전반적인 스토리의 힘이 고르지 않아 아쉽다. 그중에서도 작품 중반에서 결말로 이어지는 끈이 어쩐지 약하다. 갑작스런 찬희의 돌발상황에 대한 전후의 개연성도, 이로 인한 복스팝의 ‘붕괴에 가까운 충격’도 초반부터 유지해 온 명쾌하고 탄탄한 구성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운이 빠진다. 한창 기대가 고조될 쯤 갑자기 바늘이 살짝 튄 LP판을 듣는 기분이다.

일부 배우들의 연기도 ‘밑바닥에서’를 통해 몸에 배인 티를 완전히 갈아입지 못한 듯 하다. 이전작에서 보았던 특유의 대사 톤이나 표정 처리가 고스란히 겹쳐 나온다. ‘빼어난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흥을 느낄 수 없는’ 한계에 묻혀 있는 한 배우의 경우는 특히 안타까운 미스테리다.

‘오디션’은 드라마라기보다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로 보는 것이 더 편안할 듯 하다. 그야말로 관객들을 향한 오디션이다. 배우들의 힘으로 이만한 무대가 가능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받을 만 하다.

일렉트릭 기타가 선사하는 강렬한 음파와 드럼이 주는 박동, 하모니카의 따사로움, 배우들의 열창에서 뿜어나오는 열정과 감미로움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작품의 대중적인 가능성은 마지막의 연속 연주와 함께 펼쳐진 관객들의 열광과 끈질긴 앵콜 연호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공연은 9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계속된다. 같은 제목, 다른 내용의 작품도 타 공연장에서 상연되고 있으니 혼동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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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