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각 지음

단원 김홍도의 주도 아래 그려진 ‘반차도’는 1795년 을묘년에 있었던 8일 간에 걸친 정조대왕의 수원 화성 행차를 묘사한 그림이다.

조선 왕조 사상 가장 많은 인원과 물자가 동원된 화성 행차는 아버지 사도세자 묘소 참배,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잔치 등이 표면적인 목적이었지만 실은 강력한 왕권을 과시함으로써 권신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반차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첫 장을 여는 이 책은 바로 개혁 군주로서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앞장서 열어 제친 정조대왕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정조대왕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부터 즉위 후에 펼쳐나가는 각종 개혁정책은 물론 정조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주요 인물들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역사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쉽고 경쾌한 필치로 재현해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역사책이면서 소설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조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은 사료의 바탕 위에서 생각과 감정을 가진 생생한 캐릭터로 부활했다. 당대의 그림과 최근에 찍은 자료사진 등이 풍성하게 곁들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추수밭 발행. 1만3,000원.

● 서재
고전연구회 사암 지음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에 남아 있는 서애 유성룡 선생의 옛 서재 ‘원지정사(遠志精舍)’. 서애는 30대 중반에 지은 이 서재의 이름에 세 가지 의미를 담아 스스로를 경계했다.

첫째는 한자 뜻 그대로 유학자로서 고결하고 높은 삶을 지향하겠다는 ‘원대한 뜻’으로 읽힌다. 서애는 여기에 두 가지 동음이의어의 뜻을 더 보태 자신만의 심지를 나타내 보였다.

먼저 원지라는 이름의 약초인데 이 약초의 다른 이름은 소초(小草)다. 서애는 많은 선비들이 큰 뜻을 품었다가 벼슬에 나아가면 이익을 좇는 소인이 돼버리는 현실에서 스스로 그리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 뜻을 취했다.

또 하나는 도연명의 시에서 따온 원지(遠地)다. 이는 온갖 욕망으로 얼룩진 세상과 멀찍이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이 책은 유성룡을 비롯해 송시열, 정약용 등 조선왕조 대학자들의 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고 있다. 옛 서재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독서하는 곳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아가 선비들이 추구한 고결한 정신세계와 학문의 깊이가 고스란히 응축된 공간임을 다양한 예화로써 보여주고 있다. 포럼 발행. 1만5,000원.

●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버락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미국의 유일한 흑인 연방 상원의원이자 2008년 대선의 민주당 유력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자서전이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흑백혼혈의 오바마는 지금 대중 스타 이상의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역정은 험로 그 자체였다. 흑백혼혈이라는 태생은 인종차별주의가 뿌리 깊은 미국에서 좌절을 주기 일쑤였다. 게다가 흑인과 백인,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정체성은 그의 청소년기를 혼란으로 점철시켰다. 그러나 오바마는 좌절과 혼란 속에 머무르지 않았다.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담대한 희망’을 싹 틔우기 시작했고, 이는 인종과 계급으로 분열되고 나뉘어진 세상을 통합하려는 당당한 도전으로 승화했다.

이 책은 정치인 오바마 이전에 한 인간이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랜덤하우스 발행. 1만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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