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세계의 산을 걷는다'채경석 지음/ 휴먼 앤 북스 발행/ 3만5,000원

산을 좋아하지만 전문적인 등반보다는 트레킹을 주로 즐기는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책이다. 특히 국내의 웬만한 산은 두루 올라 이제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는 트레커들에게 충실한 안내서로 괜찮을 것 같다.

엄홍길 등 유명 산악인을 다수 배출해낸 한국외국어대 산악회 출신의 저자는 한때 세계 최고봉 등정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능력이 모자람을 깨닫고는 트레커로 길을 바꿨다고 한다. 이후 그는 타고난 방랑벽 때문인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지구촌을 누비고 다녔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20년 여정과 길에서 배운 트레킹 노하우가 고스란히 집대성된 노작으로, 세계 60여곳의 유명 트레킹 코스가 상세히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히말라야산맥의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K2 등을 필두로 유럽의 몽블랑, 융프라우, 미주 지역의 안데스, 로키 등에 이르기까지 6대주 22개국 55개의 명산이 망라됐다.

책은 초행자라도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히말라야산맥의 트레킹 코스를 한 번 따라가보자.

네팔 최고의 전망대로 불리는 안나푸르나 푼힐. 일반적으로 네팔 트레킹에 처음 나선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대표적 코스다. 이곳 트레킹 코스의 최고 도달점은 3,190m이다.

저자는 이 코스 트레킹에 적절한 소요시간으로 약 5일을 권유한다. 먼저 첫째 날에는 나야풀에서 팅게퉁가까지 약 4시간 거리의 구간을 오른다.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구경하며 천천히 몸을 푸는 단계다.

이틀째는 약 7시간이 소요되는 고라파니를 목표로 오른다. 제법 가파른 구간이지만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어 눈이 즐겁다. 사흘째, 푼힐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려면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하는데 체온 유지를 위해 따뜻한 겉옷이 필요하다.

일출을 보고 나면 하행길이 시작된다. 특히 네팔의 국화 랄리그라스가 활짝 피는 3월 중순 이후, 푼힐에서 타다파니까지 내려오는 길은 안나푸르나 최고의 트레킹 구간으로 통한다.

책에는 트레킹 코스와 주변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부분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찍어 보관해 오던 것들인데, 그 생동감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듯하다.

또한 책은 초행자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도록 각각의 코스에 대해 지도, 주의사항, 준비물 등 필수정보도 빠짐없이 수록해 놓았다.

아울러 해당 지역의 역사, 지리, 문물 등에 대한 소개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 덕택에 책은 트레킹의 백과사전으로 지칭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군데군데 삽입돼 있는 저자의 여행기도 책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저자 자신의 시선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 쓴 이 글들은 해당 트레킹 코스를 생생하게 되살려 놓고 있다.

장마가 물러가고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이번 휴가에는 어디로 떠날지를 고민하는 트레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굳이 트레커가 아니어도 괜찮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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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