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약초의 천국… 야생화 감상하는 트레킹도 제맛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이럴 때는 시원한 계곡이 더욱 그립다. 산 많은 강원도 땅엔 옥같이 맑고 얼음처럼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도 많다. 특히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한가운데를 흐르는 어은골은 잠깐만 발을 담가도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갑다.

휴가철이라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은 보통 예약이 다 끝났지만, 계곡 주변엔 안전한 야영장도 있으므로 가족과 함께 무더위를 식히러 다녀와 보자.

■ 너덜 지대가 거대한 냉장고 역할을 하는 듯

정선 가리왕산(加里旺山, 1,561m)은 산줄기가 첩첩으로 펼쳐진 강원도에서도 덩치가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다.

아주 오랜 옛날 동해 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맥국의 갈왕(葛王 또는 加里王)이 예국의 공격을 피해와 이곳에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하여 갈왕산이라고 불렸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산은 산나물과 약초 천국이다. 곰취·참나물·산작약·당귀·산마늘·더덕, 그리고 산삼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특히 가리왕산은 예부터 산삼의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왔는데, 얼마 전엔 조선시대에 세운 산삼봉표석(山蔘封標石, 강원도유형문화재 제113호)이 마항치(말목치)에 고개 정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여름엔 몸을 식힐 수 있는 시원한 계곡이 바로 산삼 아니겠는가. 가리왕산 주변은 30℃가 훨씬 넘는 날이 계속 이어져도 그다지 큰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바로 어은골의 냉기 때문이다.

지명 유래에서는 어은골의 어원을 한자로 풀어 ‘계곡의 이무기 바위를 보고 고기가 숨은 데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너덜지대 특유의 한기가 퍼져 나오는 것으로 봐서 어쩌면 ‘얼음골’에서 유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심이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휴양림 매표소 뒤쪽엔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의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얼음동굴이 있는데, 동굴 안쪽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차있어 예전엔 주민들이 냉장고로 대신 썼다고 한다.

어쩌면 가리왕산 너덜지대 전체가 한 겨울에 얼음을 잔뜩 품고 있다가 여름이 되면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냉장고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 들꽃 감상으로 더욱 즐거운 가리왕산 트레킹

물놀이로 더위를 식혔다면 이번엔 가리왕산 트레킹을 즐겨보자.

어은골은 휴양림 시설이 있는 아래쪽을 제외하고는 원시의 기운이 철철 넘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곡 주변으로는 고로쇠나무를 비롯해 물푸레나무·엄나무·가래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그 나무들 사이로는 굵은 다래 덩굴이 척척 걸쳐 있다.

또한 산길 주변 숲에는 말나리꽃·동자꽃·둥근이질풀·송이풀·두메고들빼기 등 갖가지 야생화들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가리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는 모두 네 곳이지만 접근과 숙박이 용이한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삼는 게 가장 무난하다.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는 휴양림 산막 지구 뒤편의 심마니교에서 어은골을 통해 정상에 오른 다음 온 길을 되짚어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총 4시간~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가리왕산은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으나 너덜 지대가 많아 대체적으로 산길이 거친 편이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조심하는 게 좋다.

식수는 심마니교에서 50분쯤 올라간 지점에 있는 합수 지점에서 구하면 된다. 이후는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다.

가리왕산 어은골 피서와 트레킹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는 산림휴양관 1동(14실), 단독 숲속의 집 10동 등의 숙박시설과 텐트 80동을 수용할 수 있는 야영장을 갖추고 있다. 단독 숲속의 집 8평형(4동) 44,000원, 10평형(2동) 55,000원.

15평형(4동) 80,000원, 산림문화휴양관 9평형(8실) 55,000원, 12평형(3실)과 14평형(3실) 67,000원, 오토캠프장(20개) 8,000원, 야영데크(19개) 4,000원, 일반 야영장 2,000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3,000원. 숙박 시설은 인터넷(www.huyang.go.kr)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단 오토캠프장, 야영데크, 일반 야영장은 선착순이다. 전화 033-562-5833.

■ 숙식

피서철이라 휴양림에서 숙박 시설을 구하지 못했을 땐 휴양림 입구에 있는 민박집을 이용해보자.

휴양림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수정헌(守靜軒)은 너른 언덕 위에 아름드리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평화로운 산골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민박집이다. 하루 숙박료는 2인1실 기준 20,000원이며, 한 사람 추가될 때마다 5,000원 추가.

안주인이 준비해주는 이 집의 식사는 백반이 1인 5,000원, 엄나무와 황기 등을 넣고 요리한 토종닭 백숙은 25,000원이다. 전화 033-563-8860 www.sujunghun.com

■ 교통

△자가운전=→59번 국도→나전리 삼거리(우회전)→42번 국도→정선(평창 방면)→6km→휴양림 입구 삼거리(우회전)→424번 지방도→6km→휴양림<3시간30분~4시간 소요>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42번 국도→안흥→평창→창리→광하→휴양림 입구 삼거리(좌회전)→424번 지방도→휴양림<3시간30분 소요>

△대중교통=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정선행 시외버스가 매일 14회(07:10~18:55)

운행. 3시간50분 소요, 요금 16,500원. 정선시외버스터미널(033-563-9265) 앞에서 회동행(가리왕산 자연휴양림) 군내버스(강원여객 033-563-1094)가 매일 8회(06:20, 07:20, 09:10, 11:10, 13:30, 16:20, 18:00, 20:00) 운행. 30분 소요, 요금 1,1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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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