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불감증 위험수위 넘어섰다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거짓말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거짓말 소동이 심심찮게 안방극장에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TV 프로그램에서 그저 재미를 위해 ‘장난삼아’ 던진 연예인의 거짓말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사회적인 파문으로 이어지기까지 하고 있다. 이른바 도덕불감증에 빠진 ‘양치기 연예인’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터전인 TV와 대중문화계의 저질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세대 인기 그룹 슈퍼쥬니어의 멤버 이특이 케이블채널 Mnet의 <스쿨 오브 락>에서 피겨 스케이트 스타 김연아와 싸이월드 1촌을 맺어놓고도 “거절당했다”고 거짓말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이특은 그저 재미삼아 한 거짓말이었지만, 슈퍼주니어의 소녀 팬들은 김연아의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등 김연아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연아는 홈페이지에 ‘거절한 적 없다’는 해명글을 올렸지만 슈퍼주니어의 팬들은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특이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사과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연예인의 무책임한 거짓말 파문’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방송에서 연예인의 거짓말은 최근 들어 너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개그맨 지상렬은 지난 2월 SBS <야심만만>에서 “장윤정과 사귀고 있다”고 말했으나 나중에 거짓말임을 시인해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가수 김건모도 5월 MBC <놀러와>에서 “여자 친구가 있다”고 고백했다가 후에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가수 박상민 역시 KBS 2TV <스타 골든벨>에서 “올해안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장난삼아 한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그나마 ‘귀엽게’ 봐줄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그맨 이영자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에서 발언한 이소라와 반지에 대한 거짓말은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연예인의 거짓말 방송이 위험수위에 올랐음에 대한 경고였지만, 이번에 이특의 거짓말로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게 됐다.

이처럼 연예인의 거짓말 방송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은 이들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당수 연예인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연기력이나 노래 실력, 춤 실력 등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지만 도덕적인 교육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름의 실력은 지녔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성숙 단계에 있는 연예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들의 도덕불감증이 무책임한 거짓말 방송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강석원씨는 “연예인 교육 시스템의 체계화가 절실하다.

단순히 실력만 기르는 양성 방법으로는 연기하고 노래하는 기계만을 만들 뿐이다. TV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노래나 연기력은 뛰어나기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국내 대중문화계를 가득 채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저 재미있으면 그만인 시청률 지상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련의 연예인 거짓말 파문의 과정에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청률을 위해 방송을 내보내는 방송사의 무책임한 행태 역시 큰 문제인 것이다. 물론 방송사 제작진은 일관되게 “몰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로워서도 안된다.

방송위원회는 거짓말 방송에 대해서 ‘몰랐기에 무책임’을 주장하는 제작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

이영자 다이아몬드 반지 파문’, ‘이특의 김연아 싸이 일촌신청 거절 거짓말’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거짓말의 경우 제작진 역시 책임을 피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에는 중독의 속성이 있다.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유년 시절 부모님은 자식들의 거짓말을 엄하게 꾸짖곤 한다.

반복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연예인의 거짓말 방송 또한 중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도가 심해지는 모양새까지 띄고 있다.

제어의 장치가 필요하다. 방송위원회의 규제도 필요하지만, 방송사 자체적인 정화 시스템과 연예 기획사 등 연예인을 관리하는 이들이 스스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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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JES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ulkuri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