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원-안재모-이세창합법·위법 절묘하게 넘나드는 노련한 협업 레이싱으로최고 인기종목 '투어링 A 클래스'서 안재모·류시원 1·3위드라이빙 실력도 좋지만 이세창 감독의 경기 운영 만점

안재모와 류시원, 그리고 이세창.

연예계에서 잘 나가고 있는 3총사? 꼭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최근 국내 레이싱 경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최고의 스타들이다.

연예인 겸 레이서로도 잘 알려진 안재모와 류시원, 이세창 등 ‘레이서 3총사’가 ‘담합 아닌 담합’(?)으로 올 시즌 국내 레이싱 트랙을 장악했다.

연예인 레이싱 팀인 알스타즈(R Stars) 소속인 이들 3명이 거의 완벽한 호흡과 작전을 구사하면서 올해 레이싱 경기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굳히고 있어서다.

국내 유일의 프로 자동차 경주 리그인 ‘2007 CJ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지난 4월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총 7차전이 벌어지는 일정으로 뜨거운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수의 경주차와 레이서들이 출전해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인기도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종목은 ‘투어링 A 클래스’. 안재모는 지난 7월 올 시즌 3차전까지 진행된 레이스 시리즈에서 중간 합산 포인트 1위를 기록, 명실상부한 최고 레이서로 등극했다.

그리고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레이서는 팀 동료인 류시원. 알스타즈 팀의 선수이자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세창은 비록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S오일 레이싱팀의 김중군은 종합 순위 2위로 전문 레이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즈(R-stars)'

올 시즌 레이싱 경기장에서 연예인 레이서 3인방이 특히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들 3명이 펼치는 ‘담합 아닌 담합’(?) 플레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같은 팀에서 수년 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이 합법과 불법(?)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펼치는 협업이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레이싱 트랙에서 이들의 주행 패턴은 유난히 돋보인다. 류시원과 안재모는 항상 선두권에서 질주하는 반면 이세창은 늘상 뒤에 처져서 달리기 때문.

좀 더 젊고 파이팅이 넘치는 류시원과 안재모는 선두권에서 성적을 올리고 감독이자 선배 격인 이세창은 뒤에서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는 작전이다.

여타 팀의 레이서들이 불평 아닌 불평(?)을 털어 놓는 것도 바로 이들의 이 같은 ‘공동 레이스’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트랙을 달린다는 것이다.

이세창 경우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다른 경쟁 선수들이 쉽사리 선두권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봉쇄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연예인 레이서 3인방의 이러한 ‘담합(?) 레이싱’은 자칫 부정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의 주행을 의도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규정에도 어긋날 뿐더러 경기 매너 면에서도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경기를 주관하고 있는 KGTCR이나 다른 선수들 또한 드러내 놓고 이를 힐난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 규정에도 확연히 어긋나는 일이 없었을 뿐더러 딱 부러지게 위법이라고 지적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는 레이싱 트랙에서 잔뼈가 굵은 이세창 선수의 노련한 주행 기술이나 빼어난 드라이빙 실력 또한 한 몫 한다.

이들의 협력과 팀워크가 극명하게 빛을 발한 것은 3차전에서다. 지난 6월30일과 7월1일 열린 결선 경기는 공교롭게도 비가 내리는 우중 경기로 치러졌다. 이런 날씨 상황 경우 레이싱에서 가장 큰 관건은 자동차를 젖은 도로 상황에서도 잘 달리도록 튜닝을 미리 해놓아야만 한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경기 당일 기상 상황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서 발생했다. 기상 예보가 딱 맞아 떨어지기도 쉽지 않았던 데다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반복된 것. 이 날 많은 경주용 차량들은 비교적 맑은 날씨에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자동차 상태도 ‘드라이’한 날씨 조건에 맞춰놓았다.

하지만 이세창 알스타즈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팀 내 여러 대의 경주용 차량 중 절반은 비가 올 경우에 맞춰 대비를 해 놓았고 나머지는 맑은 날씨로 예상해 준비시킨 것.

결국 당일 비가 내린 이 날 오후 경기에서 미리 우천에 대비해 놓은 안재모 선수는 무난히 질주에 성공, 선두로 뛰어 올랐다. 포트폴리오를 구사한 이세창 감독의 예상과 작전이 적중한 것.

알스타즈의 김신영 홍보 이사는 “최근 연예인 레이서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수년 간 레이싱 트랙에서 땀을 흘린 보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작전이 좋아 상위권에 올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일각에서의 부정적인 시각을 차단했다.

십여년이 넘는 국내 프로 레이싱 경기에서 연예인 레이서들이 올해처럼 성적에서도 주목 받는 것은 지난 해와 올 해가 처음이다. 지난 해는 류시원이 투어링A 클래스에서 연말까지 합산 최종 챔피언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올해는 안재모까지 가세해 성적에서도 상위권 연예인 레이서군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지난 해 추세가 더 확장된 양상이다.

이세창(왼쪽)과 안재모

국내 프로 레이싱에서 연예인 레이서들이 관심과 성적 양면에서 급부상하며 주목을 끄는 현상은 레이싱의 인기 판도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이싱 스포츠 최대의 관심사는 국내 최고급 튜닝 차량들로 개조된 그랜드 투어링(GT) 클래스였지만 투어링A로 관중들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는 것. 특히 지난 해 CJ가 후원하며 새롭게 출범한 KGTCR 슈퍼 레이스에서는 더더욱 이런 추세가 두드러진다.

KGTCR의 홍원의 대표는 연예인 레이서들이 최근 호성적을 보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들이 연예인으로서 가진 스타성 외에도 실력면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레이싱 스포츠의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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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