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안방극장 컴백

‘어머니는 위대하다.’

‘몰카 동영상 파문’에 휩싸이며 쫓겨나듯 연예계를 떠난 오현경이 10년 만에 연예계에 복귀한다.

오현경은 9월 방송 예정인 SBS 주말 특별기획 <조강지처 클럽>(극본 문영남·연출 손정현)의 여주인공 역을 맡아 지난 1997년 KBS 2TV 드라마 <세 여자> 이후 10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몰카 동영상 파문'의 사회적 여파가 워낙 컸기에 오현경의 복귀는 놀라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오현경은 엄청난 이미지 손상을 입었기에 연기 활동 재개라는 결심을 하게 된 과정과 배경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현경은 지난 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예계 복귀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딸을 들었다.

모성애가 자신으로 하여금 연예계 복귀라는 힘든 결심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었다는 이야기였다.

오현경은 “내 딸이, 엄마가 오현경이라는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짊어지고 가야 할 그 무게를 내가 덜어주고 싶었다”고 복귀 결심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건 이후 여자로서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간으로서 또 여자로서 의욕을 갖게 됐고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연기에 대한 꿈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현경이 눈물을 쏟으며 연기 활동 재개의 각오를 밝히는 모습은 지난 10년간 그가 보낸 회한의 세월을 돌아볼 때 사뭇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그 과정에 절절한 모성애가 있다는 점이다.

“딸을 낳아 키우면서 잃었던 여자의 삶을 엄마로서 다시 얻었다”고 밝힌 그는 “딸이 성장하면서 ‘오현경의 딸’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있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서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복귀를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오현경이 곁들인 한 마디는 “세상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였다. 그 역시 ‘어머니의 이름’으로 이루지 못한 꿈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는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현경의 딸에 대한 사랑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오현경은 취재진을 향해 “좋은 기사 부탁드린다”고 신신당부했다. 이 역시 딸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나는 세상의 모든 악플을 모두 겪어봤다. 앞으로도 어떤 악플이든지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악플이 따르지 않도록 죽일 힘을 다해 열심히 할 각오다.

그렇지만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딸 아이가 한글을 배운 뒤 엄마에 대한 악플을 봐선 안된다. 기자분들께서 ‘아'’다르고 ‘어’ 다른 뉘앙스를 잘 고려해서 기사를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현경의 기자회견을 보며 새삼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최근 안방극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어머니 연기자’들에게도 오현경과 같은 모성애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최진실 고현정 신은경 등 힘든 시간을 보낸 연기자들이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원숙한 아름다움과 가슴을 울리는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는 배경엔 모성애라는 생생한 감동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10년 만에 돌아온 오현경은 세월을 비켜간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고통의 흔적을 이겨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현경의 아름다움엔 10년전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도도하고 이지적인 미녀였던 오현경은 이제 따뜻한 어머니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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