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타페의 맛과 멋을 서울서 즐기세요본토 인디언들도 즐길 만한 맛깔스런 요리들… 밤엔 라이브밴드 재즈음악 감상

미국에 가 본 이들이 갖는 인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맨해튼의 높다란 빌딩숲, 넓은 땅과 그 위에 듬성듬성 지어진 납작하고도 커다란 쇼핑몰, 역사는 오래 안 돼 보이지만 실용적인 듯한 일반 건물들…. 여느 도시를 가도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산타페! 미국 뉴멕시코주의 주도인 이 곳은 한편으론 미국 같지 않다. 한 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미국내에서도 아메리카 인디언의 흔적과 유적지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대식 건축물을 지으려 해도 허가 얻기가 쉽지 않고 미국내에서 가장 갤러리가 많은 도시라는 사실 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카페나 바 이름으로도 친숙한(?) 단어 같다.

미국 산타페의 한 자락이 서울 시내로 옮겨왔다. 서울 역삼동에 최근 들어선 레스토랑 &라이브바 ‘코코펠리’(Kokopelle). 3,000여년 전부터 뉴멕시코 지역에서 유래된 전설상의 토속신 이름이다.

입구에 장식돼 있는 조각 역시 코코펠리. 허리가 굽은 형태로 흐느적거리는 몸짓과 머리 위로 달린 돌기를 흔들고 있다. 다산과 잉태, 음악과 축제를 상징한다.

왜 굳이 산타페 스타일을? 36년을 미국에서 산 주인 서명석(미국명 마이클 서)씨는 어느 날 산타페에 휴가차 갔다가 ‘이 곳에서 반드시 살아봐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리고 3년간 거주하며 산타페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

나시고랭

서울의 코코펠리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산타페 스타일이다. 현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흙담집 같은 건축양식을 도비 스타일이라 부르는데 여기도 그렇다. 황토 빛이 우러나는 듯한 실내 벽면의 은은한 색깔과 질감은 그간 시내에서 봐온 것과 결코 비슷하지도 않다.

실내 구석에 자리한 벽난로, 벽면에 커다란 홈을 파 그 안에 장식품을 전시해 놓은 양식, 다양한 조각품과 도자기들, 벽 면에 걸려 있는 미술 작품들이나 문양, 심지어 테이블 의자와 소파를 덮고 있는 커버 직물도 모두 산타페스타일이다. 산타페에서 직접 가져온 것들이다.

산타페 스타일을 내기 위해 서씨는 인테리어 공사업자를 산타페로 데려가기 까지 했다.

일주일 이상 머물면서 현지를 다니면서 보여주고 ‘이런 스타일로 꾸며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 본 것만으로는 느낌을 결코 못살릴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도 벽면 칠을 칠하고 지우기를 수십번 반복하고서야 지금의 색과 질감을 살려낼 수 있었다. 건축 양식상으로는 ‘스타코’기법이라고.

음식들은 양식이면서도 동양적인 맛이 곁들여졌다. 홍합육수와 매콤함 고추기름으로 맛을 낸 상하이파스타, 안심과 야채를 나시고랭소스로 볶아낸 인도풍의 밥요리, 고마다래 소스로 맛을 낸 안심스테이크, 석쇠에 구워낸 오리가슴살과 양파샐러드 등….

세종호텔 조리이사 출신인 박성태 조리장이 산타페의 인디언들도(?) 즐길만한 컨셉트로 내놓는 것들이다.

밤에는 라이브밴드의 재즈 음악이 라이브로 울려 퍼진다.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 색소폰으로 구성된 밴드가 홀 가운데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살아 있는 음악을 선사한다. 연주 때문에 단골이 된 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홀이 무척 넓어 각종 파티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최근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시사회도 열렸다. 홀 중앙에 처진 칸막이 안쪽 공간은 음악이 있어도 조용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무대와 넓은 홀이 내려다 보이는 것도 색다르다.

■ 메뉴

샐러드와 파스타 중심인 점심 메뉴는 6,500원부터, 가장 비싼 메뉴가 1만5,000원. 저녁은 전채와 샐러드 수프가 5,000원부터. 스파게티와 리조또 1만원부터. 일품요리는 1만5,000원부터.

■ 찾아가는 길

서울 역삼역 3번 출구 나오자 마자 도화빌딩 (02)564-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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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