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가수들 방송가 예능프로그램 출연 눈에 띄게 늘어음반시장선 리메이크곡 출반 봇물… 변진섭 등 공식 컴백

8090코드의 냉각점은 어디일까? 음반시장의 8090 열풍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8090음악은 80년대와 90년대에 유행했던 대중음악을 말한다. 당시 국내 가요계를 평정했던 가수들의 복귀 신고가 최근 속속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조짐은 이미 올 여름부터 두드러졌다.

공중파, 케이블을 막론한 방송가 곳곳의 음악 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80,90년대 히트 가수들의 컴백 행진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추억의 스타가수 이용, 박남정, 심신, 유미리, 이상원 등의 근황은 이제 더 이상 ‘궁금증’의 대상이 아니다.

많은 매체를 통해 사실상 복귀를 선언, 최근 활동과 추억 속의 명곡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음악과 무관한 KBS 2TV의 한 오락프로그램에서는 8090가수특집을 특별 편성, 당시 가요계의 주역들을 한자리에 모아 후광효과까지 톡톡히 활용했다.

전영진

지난 5월에도 SBS에서 ‘8090 가수 동창회’라는 이름의 대형 합동콘서트를 마련, 이름도 아련한 임병수, 조덕배, 조정현, 박성신 등의 열창 무대를 마련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8090코드를 음반시장으로 끌어들여 성공시킨 첫 주자는 . 80년대 이영훈 작곡, 이문세 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광화문연가를 리메이크해 약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8090 리메이크 붐을 촉발시킨 계기다.

이후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을 비롯해 공인받은 가창력의 가수 김범수와 슈퍼주니어, LPG, 투앤비에 이르기까지 8090 리메이크 음반 출시가 브레이크 없는 확장세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변진섭도 복귀를 공식 발표,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Twelve Songs’란 타이틀로 7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경우도 현실을 반영한다. 이은미의 신보 역시 김동률, 정태춘, 나미, 이문세 등의 귀에 익은 80,90년대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담고 있다.

이수영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이은미의 히트곡 일부는 성시경이 수년전 리메이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팬들을 양산했던 것.

이제는 신세대 가수들의 8090 리메이크 열풍에서 나아가 ’다시 부르기‘의 대상인 80,90년대 가수들 당사자들간에도 서로 곡을 바꿔 부르며 음반화하는, ’리메이크 교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8090붐이 공연계 등 타 장르 소비시장에 비해 음반계에 유독 두드러지게 앞서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음반을 구매하는 주소비자층의 연령특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음반시장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세대의 경우 이들에게 ‘추억과 향수’로 다가오는 음악의 범위가 주로 그들의 성장기인 80,90년대 음악들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8090음악의 리메이크 붐은 불황기의 음반산업에 수익성과 활기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면에 신예 작곡가나 신예 가수 등 신진 뮤지션들의 창작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거센 8090음악의 ‘재연’ 열풍 속에서도 당시의 코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개성을 재창조하고 덧입혀 보는 새로운 시도 또한 소리없이 번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 UCC를 통해 삽시간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원맨밴드 가수 을 비롯, 4년만에 새 앨범을 내고 돌아온 8090 그룹 ‘걸’, 록 밴드 ‘미르’가 그 중 일부다.

한때 가요계의 아이돌 스타로, 또는 언더그라운드의 숨은 실력파로 활동하다 시야에서 사라졌던 이들은 수년간의 숨은 준비를 끝내고 최근 팬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20세기말, 국내 대중음악계의 급변기속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8090기수들의 정식 도전장이 마침내 우리 앞에 던져졌다.

■ 8090코드의 언더기수, 의 특별한 복귀.

그룹 ‘얼바노’ 출신의 이 솔로로 돌아왔다. 그의 솔로 데뷔 앨범이기도 한 1집 ‘ALL-IN-ONE'은 유례없는 1인12역의 원맨밴드로 제작됐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집중시키고 있다.

노래뿐 아니라 작사,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부터 기타, 베이스, 키보드 연주, 랩, 코러스, 프로듀싱과 믹싱 등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유행했던 팝 사운드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냈다.

80,90년대 R&B 소울의 전형적 스타일부터 신스 팝(Synth pop)과 뉴웨이브, 일레트로닉 댄스 뮤직의 요소를 현대적 어법으로 재해석해 들려준다. 8090 시절을 추억하는 세대들에게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설레임, 편안한 흥분감을 준다.

아무에게나 쉽게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Mr. Crush'를 비롯해 'My Sugar', ‘널 사랑해’, ‘Back to My World'등 총 15트랙이 수록돼 있다.

■ 그룹 걸, 8090 앨범을 타고 원대복귀하다.

10여년전 가요 방송만 틀었다 하면 지겹도록 흘러나오던 노래 ‘아스피린’을 기억하시는지? 1996년 가요계의 각종 차트를 휩쓸었던 인기그룹 ‘걸(Girl)’이 4집 앨범 로 컴백했다.

종전 ‘아스피린’ 시절의 걸이 캐주얼했다면 이번에 돌아온 걸은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80,90년대 수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던 기존 로큰롤 스타일과 라디오헤드 스타일의 발라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광활하고도 공허한 대지에의 외침과도 같은 ‘Adonis’를 필두로, 역시 아스피린 처방이 들어간 경쾌곡 ‘싱글즈’를 포함해 ‘널 위한 길’, ‘LOVE', 'Beautiful Girl'등 영화나 드라마 O.S.T 급 또는 뮤지컬 음악급 노래와 연주가 다채롭게 편성돼 있다.

숙성된 고뇌와 극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음반이다. 낭만가객들에게 특히 만족스러울 만한 총 12트랙을 만날 수 있다.

■ 언더밴드 미르, 8090록코드의 재탈환을 꿈꾸다.

헤비메탈 그룹 ‘미르’가 최근 를 발표, 추억의 록으로 새 승부수를 던졌다. 미르는 1999년에 데뷔해 소리없이 외야를 장악했던 언더그라운드 출신 록밴드다.

정통 록 팬들을 열광시켰던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해외 매체에서도 주목받았던 주인공들이다. 보컬 김시유를 위시해 5인조 밴드로 구성돼 있다.

미르의 행보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상업적 트렌드와의 타협없이 80년대 주류음악인 정통 메탈 락을 꿋꿋이 고수하며 현재와 접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스피디한 곡 전개가 돋보이는 ‘Everybody’와 김시유의 보컬 테크닉이 살아있는 타이틀 곡 ‘Waltz of Lunatic Fringe’와 ‘하늘이시여’를 비롯, ‘Liar’, ‘이상형’, ‘Rain’등 모두 11트랙이 담겨있다.

전체적으로 ‘메시지’의 색과 힘이 강하며, 10여년 또는 20여년전 록 콘서트장에 앉아있던 자신을 되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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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