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야망사전' 출간한 전혜성 전 예일대 교수 방한

“서울에서 살았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에 사는 동안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몰랐으니까요. 그 전에 빨리 성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적극적이었죠. 저는 편한 생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여섯 자녀를 미국 명문 예일ㆍ하버드대에 보낸 전 예일대 교수 전혜성(78)씨가 여성들이 꿈과 열정을 이룰 수 있는 지침을 담은 ‘여자야망사전’을 출간해 최근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미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로 많은 부모들에게 멘토 역할을 했던 그가 이번에는 여성들에게 ‘오센틱(Authentic) 리더십’을 제시했다.

“ ‘완전히 은혜를 베푸는 별이 되라’는 뜻의 이름(全彗星)은 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씨는 19세에 미국 유학을 떠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회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쟁 중에 고(故) 고광림 박사를 만나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한국문화연구소를 세웠다.

한국연구소는 현재의 동암문화연구소로 이어져 차세대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미국 내 한국학 연구, 특히 한국의 여성, 가족 제도, 종교, 가치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실력이 있는 것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덕망이 필요하죠. 자신만의 기술이나 남다른 재주로 남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 개인이 자신의 장점을 알고 이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목적을 분명히 한다면 진정한 오센틱(Authentic)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전 박사는 자신만의 모습으로 리더십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오센틱 리더십, 남다른 리더십이다. 빌게이츠나 마더 테레사와 같은 위인들을 롤 모델로 따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창조력을 발휘해 개성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 한국 여성들이야말로 무한한 잠재력과 함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확신한다.

그녀는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들에 맞춰 춤을 추는 역을 주로 해왔습니다. 여기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능력을 길렀고, 이는 곧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라며 이제는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여성 리더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1952년 남편과 함께 한국문화연구소를 설립함과 동시에 전 씨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위상과 영향력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후 동암문화연구소 이사로 재직하며 이민 1.5세대와 2세대 젊은이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동암문화연구소를 통해 미국 내에서 ‘한국인들은 주변인(Marginal Person)이 아니라 문화적 경쟁력을 갖춘 사람(Culturally Competent Person)이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일등 공신인 셈.

전 씨는 “한 여성이 악을 쓰며 60여년 간 일해온 것들이 계승되는 장소이자 그 산물”이라고 동암문화연구소에 대해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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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