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평전 1,2- 美 역사학자, 꼼꼼한 취재로 신화·루머 뒤에 숨은 인간적인 ??조명로버트 댈럭 지음/정초능 옮김/푸른숲 발행/1권 3만원, 2권 3만5,000원

존 F 케네디는 대통령 자리에 겨우 1,000일 정도밖에 앉아 있지 못했다. 그래서 링컨이나 루스벨트 등 미국의 다른 존경 받는 대통령에 비하면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생전 그는 미 국민들의 영웅이었고 사후에는 ‘신화’가 됐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케네디의 죽음과 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스캔들이 있었던 마릴린 먼로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미국 새 세대의 기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젊은 민주당 지도자들은 다들 케네디의 후광을 입고자 했다. 어떻게 남 앞에서 연설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숫기 없던 부잣집 도련님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어 아직까지 기억될 수 있었을까?

보스턴대 역사학자 로버트 댈럭이 쓴 이 책은 케네디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와 신화를 걷어내고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등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인간 케네디의 삶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케네디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은 깜짝 놀랄 만하다. 너무나 잘난 형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잦은 병치레로 주치의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그는 남 앞에서 얘기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숫기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형을 이기고 싶다는 의지로 인맥을 동원, 서류까지 조작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그의 ‘젊고 건강한’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스타가 됐다.

선거 중에는 물론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가 세 살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런저런 질환을 골고루 앓았으며 연설문을 낭독하기 위해 연단 탁자에 몸을 굽힐 때조차 끔찍한 척추 통증을 느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됐다.

미국인의 이상형으로 꼽히던 재클린과의 결혼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략적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케네디는 ‘영원한 독신 상원의원’을 꿈꿨지만 대통령이 되려면 독신일 수는 없었다.

결혼 후에도 재클린이 임신한 와중에 유럽에서 난교 파티를 벌였고, 유산했을 때도 한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는 등 그의 섹스 스캔들은 대부분 사실이다.

진보주의자라는 찬사도 약간은 과장됐다. 그는 소련의 핵 위협에 비해 흑인의 인권문제는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권운동가들은 그가 “부자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흑인들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숱한 약점을 철저히 가리고 대통령이 된 데는 부잣집이라는 출신 배경이 한 몫했다. 케네디의 아버지는 “내가 들이는 돈이라면 내 운전수도 당선시킬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네디가 대통령 자리를 온전히 돈으로 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이 있었고, 미국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TV 생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내기도 했다. 군부의 뜻대로 군사적 대응을 했다면 자칫 커다란 군사 충돌로 발전할 수 있었던 냉전 최대의 위기 쿠바 미사일 사태에 대한 침착한 대응도 그러한 그의 통찰력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날카로운 통찰력, 국민들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득력, 그리고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차세대 대통령감’을 고르는 키워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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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