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소설가 최인호가 10년 동안 발표해 온 글들을 모아 산문집을 펴냈다. 용서와 인내, 화합을 중시하며 현재에 머물지 않는 영원을 꿈꾸는 작가의 내면 세계가 암 투병 속에서 힘겹게 그려낸 김점순의 삽화와 어우러진다.

환갑을 넘은 작가는 요즘 문득문득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수염을 깎다가도 갑자기 방법을 잊어버리고선 “사소한 일상사마저도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닌가” 하고 탄식하기도 한다.

어쩌다 밤에 깨어나서 느낀 “애벌레처럼 우주의 낯선 별에서 혼자 잠든 어린왕자와 같은 고독감”이나 손님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고 하며 ‘평화를 짜는 사람’이기도 한 아내의 의미도 소재가 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이 최인호의 내면 세계와 가족, 일상사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일본 문단의 기린아였던 극우 정치인인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를 향해 “이제는 자폐의 창호지를 찢고 한마디 하시라”면서 “한국은 귀하가 쓴 소설 <완전한 유희>에 나오는 정신병에 걸린 여인처럼 집단적으로 윤간을 당했다”고 일갈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후 수많은 인기 소설을 내놓은 그는 아직도 청춘의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작가답게 요즘 젊은이에 대해 “계산적으로 살지 말라”는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열림원 발행.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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