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로 기획·시도된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수준 높은 무대 잇달아

터미국립극장 '살로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일대가 거의 연일 방문객들의 인파로 북적대고 있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연기관들간의 국제협력 아래 마련된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 한창 절정기를 맞고 있다.

한국측의 주도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획, 시도된 대단위 행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 그리스,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 인도 등 국내외 유수의 국립극장들과 국가 대표급 공연팀의 수준높은 역작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사실상 국가간 예술외교 무대나 다름없는 자리다. 말할 것도 없이, 최대의 수혜자는 이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국내의 공연 애호가들이다. 각국의 이름난 본토 공연작들을 국내 극장에 앉아 오리지널 버전으로 오롯이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장 신선희 예술총감독은 “이번 행사가 저를 비롯하여 국립극장에 있어서도 크나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고 개막 소감을 밝혔다. 행사 중반에 접어든 현재, 이 ‘대모험’은 이미 곳곳에서 성공의 표식을 안겨주고 있다.

작품간 다소 편차는 있지만, 거의 매 공연마다 높은 관람률을 기록, 가열찬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페스티벌은 지난 9월8일 한국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을 개막작으로 서막이 올랐다. 뒤이어 그리스 국립극장의 연극 ‘엘렉트라’, 스위스 플라즈마 극단의 ‘미친 밤’, 이탈리아 국립무용재단 아떼르발레또의 무용극 ‘바흐 예찬 및 로시니 카드’, 몽골 국립민속관현악단의 ‘뷰티풀 몽골리아’, 인도 소파남 공연예술연구원의 궁정연희극 ‘마야’ 등 각국의 전통적 개성을 집약한 수작들이 차례로 선보였다.

매회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아내며 축제 무드를 이끄는데 성공적인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국립극장의 대행진은 10월에도 그 열기를 이어간다. 오는 10일에는 터키 국립극장이 준비한 ‘살로메’가 바통을 받는다.

‘살로메’는 패러독스의 대명사로 알려진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을 터키국립극장 예술감독 뮤게 규르만이 연출을 맡아 내놓은 공연이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 살로메를 중심으로, 권력과 사랑, 운명을 이야기한다.

11일부터 19일까지는 극단 우투리의 ‘홍동지놀이’가 상연된다. 13일과 14일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가, 19일과 20일에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공연작인 국립창극단의 ‘청’이 무대에 올라 세계페스티벌 주최국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국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사랑의 헛수고’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글로브 극장의 신임감독 도미닉 드롬굴이 연출을 맡아 선보인다. 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

나바르 왕국의 젊은 왕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프랑스의 공주와 그 친구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묘한 사랑의 줄다리기와 운명의 장난을 다룬, 주목받는 기대작 중 하나다.

김의경 조직위원장은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30년간의 한국 공연역사를 축적하는 행사”라며 행사의 의의를 다졌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한영국대사관 등 총 18개의 국내 기관 및 주한외국대사관과 외국문화원, 기업 등이 후원해 뜻을 나누었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국가적 위상을 한걸음 더 국제무대로 내닫게 한 이 행사는 10월27일 폐막된다. (02) 2280-4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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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립극장 '사랑의 헛수고'
그리스 국립극장 엘렉트라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