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메시지 따위는 필요없다… 피 튀기는 초특급 리얼 액션로맨틱 코미디 감독의 극과 극 변신… 만화적 상상력 난무하는 B급 영화

액션영화에 관한 한 가장 최신의 화두는 스타일리시함과 리얼 액션이다. 액션에도 복고의 바람이 부는 셈인데, 액션 자체 뿐 아니라 장르에 있어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일견 상반돼 보이는 이 두 가지 경향은 극단의 시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최근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이 두 경향을 혼합한 듯한 영화다.

<다이하드> <본 얼티메이텀> 등 눈속임을 허용치 않는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은 현란한 CG효과에 식상한 관객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데쓰 프루프>에서 확인되는 B무비적 재기까지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다.

폭발의 비등점까지 뜸을 들이거나 배경 설명 없이 거두절미하고 몰아치는 액션은 ‘거침없이 쏘라’는 한국어 제목처럼 막히는 데가 없다.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던 이 영화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은 교훈이나 메시지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오로지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순간들을 향해 액션의 가속페달을 밟아댄다.

■ 너무 친절했던 사나이

알폰소 쿠아론의 미개봉 걸작 <칠드런 오브 맨>에서 인류의 미래를 구할 아이를 보호하는 남자로 동분서주했던 클라이브 오웬은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제 자식이 아닌 아이에게 기이한 부성애를 보이는 남자.

어둠이 내리깔린 밤, 주인공 스미스(클라이브 오웬)는 건달들에게 쫓기는 임산부를 발견한다. 불의를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의로운 사내 스미스는 곤경에 처한 그녀를 돕지만 상황은 총격전까지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무사히 세상에 나오지만 산모는 총에 맞아 사망한 상태. 졸지에 스미스는 천상 고아가 된 아이까지 떠 안게 된다. 아이를 노리는 갱단들의 추격을 받자 그는 옛 연인 퀸타나(모니카 벨루치)에게 도움을 구한다.

퀸타나와 함께 도주하던 스미스는 허츠(폴 지아매티)가 보스로 있는 갱단의 존재를 알게 되고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 어딜 가나 오지랖이 넓어 사서 고생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스미스가 그 짝이다.

불의를 보고 못이기는 척 슬쩍 눈 감으면 그만이련만, 울분을 이기지 못하는 마초 기질 때문에 기어코 사단이 나고 만다. 스미스는 현실 속에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언제나 자리를 피하는 일반적인 관객들의 욕망을 대리하는 인물이다.

그는 정말 거침없이 쏘고 거침없이 죽인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에게 이런 영화는 사실 의외로 보인다.

이전까지 그는 로맨틱코미디에 능한 감독이었다. <100 girla> <아메리칸 러브홀릭> 등 소소한 재미가 있는 아기자기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여기서 완전히 표변한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거친 총격전과 만화적 상상력이 난무하는 전형적인 B급 영화 스타일이다.

한 손에 아이를, 다른 한 손엔 총을 쥔 남자의 처절한 액션은 홍콩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다. 초등학교 시절 감독이 쓴 소설을 발전시켰다는 시나리오는 딱 초등학교 수준이지만 몇 줄로 요약되는 줄거리는 이 영화를 보는데 어떤 참고사항도 되지 못한다. 손 좀 봐줘야 할 악당들이 있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그들의 악행을 심판해주는 과정을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액션 신 촬영에 참고했을 정도로 감독의 열의가 돋보이는 장면들은 충분히 비현실적이다.

그 기발함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심지어 섹스를 하며 총격전을 벌이는 만화적인 장면도 있다.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홍콩 누아르나 서부극의 영향도 있지만 이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가 있다면 <씬 시티>일 것이다.

코믹스의 끝간 데 없는 상상력을 이어받은 <씬 시티>의 정서는 명백하게 확인된다. 주인공 스미스를 연기하는 클라이브 오웬 역시 <씬 시티>의 ‘드와이트’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씬 시티>에서 드와이트가 내뱉은 “우리는 마지막 한놈까지 모두 죽였다”는 대사를 오웬은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에서 몸소 실천해 보인다.

선함과 악함, 터프함과 부드러움, 지성과 속물성을 한 몸에 지닌 클라이브 오웬의 마스크는 어려움에 처한 타인에게 기꺼이 선의를 베풀 줄 알지만 무뢰한들에게는 무자비한 스미스의 다층적인 모습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생기를 불어넣은 또 다른 배우는 악당 허츠 역의 폴 지아매티다.

<아메리칸 스플렌더> <사이드 웨이> 등의 영화에서 귀엽게 머리가 벗겨진 사람 좋은 아저씨 인상을 준 이 수더분한 배우에게도 이런 모습은 퍽 의외다. 잡아먹을 듯이 성을 내는 악에 받친 악당을 평범한 얼굴로도 연기할 수 있음을 그는 증명해낸다. 허다한 액션의 갈래 중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의 장기라면 총기 액션이다.

서부극의 총잡이는 아니지만 스미스의 모습은 예전 서부극 영웅의 현대판 정도로 보인다. 특히 그 중에서도 스미스의 총질은 가히 명불허전. 빗발치는 총탄은 신기하게 그를 빗겨가며 주인공은 50여 명에 달하는 악당들을 신출귀몰한 솜씨로 처리한다.

언제 끝날지 궁금해질 정도로 총질은 이어지며 결국 폼생폼사 영웅에 의해 악당들은 남김없이 청소된다. 총알이 나니 피가 튀는 건 당연하고 헬기에 사람의 몸이 부서지는 목불인견의 잔인한 영상도 있으니 취향에 맞지 않은 관객들은 주의를 요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