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탄생' 존 맥밀런 지음 / 이진수 옮김 / 민음사 발행 / 1만8,000원'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 이순희 옮김 / 부키 발행 / 1만4,000원

1990년대 초 베트남의 거의 모든 트럭이 멈춰 섰다. 구 소련에서 수입한 고물 트럭이 대부분이었는데 필요한 부품을 손에 넣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베트남 정부는 고민 끝에 운전 기사들에게 트럭의 소유권을 부여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트럭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탠퍼드 경영대 존 맥밀런 교수는 <시장의 탄생>에서 이 사실을 거론하며 개별 소유권의 인정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가 현존하는 최적의 경제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설파한다.

그렇다고 맥밀런 교수가 시장의 신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들을 적용하다 보면 전혀 다른 현실에 부딪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독재나 전체주의보다 대의 민주주의가 우월한 것처럼 궁극적으로 시장경제는 ‘악한 자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하는’ 차악의 시스템이라고 결론 짓는다. 여러 가지 맹점들을 유연성으로 극복하는 것이 시장경제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찬양은 주류 경제학자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 낸 신화라고 일축한다. 현실에서 절대 불가능한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가정과 리카도의 비교 우위론을 바탕으로 한 자유무역주의는 책상 앞에 앉은 선진국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에서나 아름다워 보일 뿐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자유무역이라는 것은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과 초등학생 축구팀의 경기나 다름없다. 지식 수준, 기술 수준, 자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탄생>은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우월성을 입증하려는 입장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두 경제학자가 쓴 이 책들은 모두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의 신화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으며 현실 경제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어 흥미롭다.

지적재산권 보호, 공기업 민영화,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 세계화에 따른 부국과 빈국의 양극화 등 다루고 있는 소재들까지 비슷하며 특히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작은 정부론’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맥밀런 교수는 시장의 효율성을 인정하고 정부의 규제가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지만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칙을 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정부가 없다면 자유 시장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정부의 ‘시장경제 설계 능력’에 따라 경제 발전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났는지를 예로 들면서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 교수는 더 나아가 물가 안정과 신중한 재정 정책, 최소한의 규제 등 경제학자들이 요구하는 정부의 상이 오히려 경제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더 강력한 어조로 주장한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경제 발전에 더욱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강력한 보호에 대해서도 두 학자는 비판적 견해를 같이 한다. 특히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에이즈로 죽어 나가도 에이즈 약을 싸게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한 책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른 한 책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둘 다 주류 경제학의 신화적 주장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해 보려는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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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