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5년' / 무라트 쿠르나츠 지은 / 홍성광 옮김 / 작가정신 발행 / 1만원

2001년 10월, 막 결혼한 19살의 터키계 독일 청년이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코란 공부를 하고 돌아와 독실한 이슬람교도로서, 자상한 남편으로서 살기를 바랐던 무라트 쿠르나츠는 그러나 5년 동안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두 달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그는 파키스탄 보안요원에게 영문도 모른 채 체포돼, 파키스탄 경찰에 의해 단돈 3,000달러에 미군에게 팔려간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기지의 비밀 감옥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받으며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그는 지구 반대편 쿠바의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로 이송된다.

1평 가량의 철조망 독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현재까지도 600~700명의 포로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공식적 고소나 국제법적 절차 없이 무단으로 억류된 이들은 어린 소년이든 아흔이 넘은 노인이든 테러리스트로 취급당하고 반복되는 질문 속에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쿠르나츠는 석방된 후 미군이 그의 무죄를 알고도 고문하고 자백을 강요했고, 독일 정부도 터키 이민자의 아들인 그가 독일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정부가 떠넘기는 사이 쿠르나츠는 5년이라는 청춘의 황금기를 독방에서 보내야 했던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주인공의 의지와 그를 구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의 분투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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