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분' / 쑤퉁(蘇童) 지음 / 전수정 옮김 / 아고라 발행 / 9,800원

장이머우 감독의 <홍등>의 원작소설 <처첩성군>을 비롯, 올 들어 국내에 잇따라 소개된 대표작 <쌀> <나, 제왕의 생애> 등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스타 작가 쑤퉁(44)의 새 소설집이다. '죽지 못해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중편소설 세 편을 묶었다.

수록된 작품 중 삼대에 걸친 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부녀 생활>은 장쯔이 주연의 <재스민 꽃이 피다>로 영화화된 적 있고, 인민혁명으로 바뀐 기녀들의 운명을 다룬 <홍분>은 여성 감독 리샤오홍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는 역사의 지층에 묻혀 있던 최하층 여성들의 삶을 손에 잡히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여자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하게만 여기는 사내들이 나오고, 뜻대로 풀리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채 덧없는 세월만 흘려 보내는 여인들이 등장한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정말 이 책을 남자 소설가가 지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한 부분들이 많다.

작가는 자신이 자란 중소도시에서 보고 자란 소외계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쓰게 됐으며, 특히 지혜로운 어머니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상의하러 오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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