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외화 방영 등서 탈피완성도 높은 드라마 제작으로 시청률 쑥쑥

OCN의 '키드갱'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눈부시다. 1995년 출범한 이래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을 보완하는 역할에만 그쳤던 케이블 채널이 최근 들어 독자적인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출범 이래 오랜 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재방송이나 미국과 일본 등지의 외화 시리즈의 소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격히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을 높이며 지상파 방송의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

지난 2006년 종합 오락 채널 tvN 출범에서 비롯된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바람은 스토리온 MBC에브리원 등의 채널 출범과 함께 본격화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돋보이는 장르는 드라마 분야다. 케이블 채널이 자체 제작 드라마를 처음 선보이던 2005년만 해도 지나친 선정성과 엉성한 스토리로 완성도 차원에선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사극, 미스터리물, 범죄 수사물 등 소재와 장르를 다양화하고 충무로 인력을 끌어들여 사전 제작하는 등 완성도 제고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아직은 지상파 방송 드라마와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지상파 드라마의 인기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의 과정을 밟아온 점에서 향후 전망이 더욱 탄탄해 보인다. 초창기 방송된 케이블 채널 드라마인 OCN의 <가족연애사> 수퍼액션의 <시리즈 다세포소녀> tvN의 <하이에나> 등은 시청자 눈길 잡기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선정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상파 방송에선 볼 수 없는 신선함은 있었지만 모든 가족이 어울리는 자리인 안방극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패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케이블 채널 드라마는 자신이 갈 길을 조금씩 찾아갔다.

OCN의 <썸데이>와 <키드갱>, <이브의 유혹> tvN의 <로맨스 헌터> <위대한 캣츠비> <막돼먹은 영애씨> 등은 케이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을 적절하게 확보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좀더 솔직한 성담론을 다루면서도 선정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메시지를 담거나, 독특한 형식을 앞세운 시도 등으로 새로움을 확보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형식과 미스터리 구조 등 기존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형식은 케이블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확실한 차별성이었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는 상업성과 별 관련이 없는 사극에까지 진출한다. 채널CGV는 11월께 김상중 정애리 박정철 등 스타급 연기자를 내세운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을 방송한다. 정조의 화성 행차 기간 벌어지는 개혁파와 수구파 간 암투를 그린 퓨전 사극으로 소설 <원행>을 원안으로 한다.

MBC에브리원은 13일 ‘조선판 CSI’인 <별순검>을 방송한다. <별순검>은 지난 2006년 MBC 지상파를 통해 소개돼 마니아 시청자까지 확보했던 작품.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조기종영돼 시청자들을 아쉽게 했지만 케이블 채널을 통해 부활돼 한층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 이외의 장르에서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채널의 모방을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모은 아이템을 케이블 채널의 속성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모았던 토크쇼 장르를 케이블 채널에 맞게 자극적인 소재 위주로 다루는 방식이나, MBC <무한도전> 등 인기 오락 프로그램의 포맷을 새롭게 재구성한 MBC에브리원의 <무한걸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에서 한동안 열심히 다뤘던 ‘짝짓기 프로그램’을 케이블 채널 형식으로 새롭게 꾸민 프로그램들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Mnet의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 등 케이블 채널만이 할 수 있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한다. 페이크 다큐(가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tvN의 <독고영재의 스캔들> 등은 그야말로 케이블 채널의 독창성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케이블 채널의 한계 시청률은 1%였다. 지상파 방송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케이블 채널의 한계 시청률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3%를 넘기는 일도 곧잘 벌어진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또한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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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ulkuri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