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신학대, 이필주 선생 등 동문들 부조 조형물 제막식 개최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감격으로 온 한반도가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는 우리의 역사와 민족정신을 되돌아보는 행사가 열려 민족단결의 의미를 더했다.

지난 10일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에서 3.1운동의 민족지도자 7인의 부조 조형물을 공개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이들은 일본의 식민 압제에 항거한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중 일원으로, 당시 독립정신의 요람으로 자리했던 감신대 출신 민족대표자들이다. 그 중 이필주(1869-1942) 선생은 1919년 서울 정동제일교회를 담임하던 중 3.1운동 민족대표로 참여, 이로 인해 2년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목회자로서 은퇴한 후에도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며 꿋꿋한 신앙생활을 보인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신흥식(1872-1939) 선생은 충북 청원에서 출생, 마찬가지로 3.1운동 민족대표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긴 수형생활의 고초를 겪었다. 출옥 후에도 민족계몽운동 교재 <장수옹>을 간행하고 신사참배에 반대하며 일본의 종교정책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는 등 반일 혐의로 수 차례 투옥의 삶을 살았다.

이외에도 같은 이유로 투옥됐던 최성모(1874-1937) 선생을 비롯해, 정춘수(1874-1951), 신석구(1875-1950), 오화영(1879-1960), 김창준(1890-1959)선생 등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사가 소개됐다.

이날 제막식은 민족지도자 7인의 숭고한 민족정신을 기리려는 감신대 동문들의 뜻으로 추진된 결실이다. 감신대는 198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신학대학교로,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학자와 목회자 양성을 통해 독립운동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 행동하는 실천적 지식인을 다수 배출한 독립운동의 요람 중 하나다.

의병장 출신의 최초 순국목회자인 구연영 선생, 신민회를 조직해 민족운동에 앞장선 전덕기 선생,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우리 겨레의 3.1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임시정부 수립에 힘쓴 현순 선생 등을 배출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감신대의 강직한 민족관이 다시 한번 드러나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7인중 이후의 친일 행적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의 변절 사실까지 숨김없이 발표한 것. 학연의 무조건 감싸기가 공공연한 관행으로 통하는 현실에서 동문애를 뛰어넘은 민족 차원의 가치관을 보여줌으로써 민족운동의 한 발원지로서 지닌 전통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역사의 실체를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것이 후손들에게도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교훈을 얻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신념 하에 이들의 행로를 전혀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았다”고 감신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제막식은 감신대 개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행사다. 감신대 본교 웨슬리채플에서 열린 부조 제막행사에 이어 각계 주요 인사와 일반인들 약 200명이 참여한 평화대행진이 펼쳐졌다.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독립문공원에서는 감신대 재학생 대표의 독립선언서 공약 삼장 낭독과 함께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회장인 이현기 선생의 선창으로 참석자들의 우렁찬 만세삼창이 독립문공원을 울렸다.

이현기 선생은 이 자리에서 “3.1운동 민족지도자들에 대한 자료수집과 체계적인 연구가 너무나 빈약하다”고 지적하며 “이 행사를 계기로 조국의 독립과 단결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들의 민족정신을 널리 후대에 알리고 보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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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