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 / 김근배 지음 / 역사비평사 / 1만7,000원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로 어느 날 갑자기 ‘과학 한국’의 위상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렸다가 논문 위조가 발각되며 순식간에 몰락한 주인공이다.

2005년 말 황 박사의 논문 위조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그를 존경했던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이중 일부가 극단적 혐오자로 돌아선 반면 일부는 아직도 황 박사를 옹호하고 있다.

전 국민이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없었던 일처럼 덮어두는 것은 앞으로 우리 나라의 과학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옳지 못하다.

저자가 말했듯 “사회 도처에 황우석 사태를 잉태한 씨앗이 널려 있는 까닭”이다. 원로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책을 냈는데 그 자체가 표절로 드러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미생물학 및 과학사를 전공한 김근배 전북대 교수는 이 책에서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뿐 아니라 동물 복제 연구까지 과학적 측면에서 꼼꼼히 재구성하고, 특히 황 박사가 전국민의 영웅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사회적 현상도 비판적으로 살피고 있다.

황우석 사태를 낳은 일그러진 경쟁 욕구, 결과 만능주의, 희박한 윤리의식은 여전히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 사태를 우리나라 과학과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성찰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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