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정취와 어우러진 이신 장군배 요트대회·윤이상 국제음악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바쁜 일상에서 빠져 나와 자신을 한 번 쯤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이럴 때 지친 마음을 추스르는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남은 한 해를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좋을 것이다.

메마른 가슴이 풍요로워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여행지로는 어디가 좋을까? 잔잔한 바다와 문화의 향기 그리고 감수성 넘치는 거리가 있는 경남 통영이 언뜻 떠오른다.

이곳에선 매년 10월 마지막 주와 11월 첫째 주 사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국제음악제도 열려 만추에 문화적 감수성을 채우고자 하는 여행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남국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수도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곳. 일 년 365일 가운데 250일 이상 쾌청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뛰어난 주위 경관과 좋은 기후가 있어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등의 이름난 시인과 유치환의 형인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등을 잉태해낸 통영은 뛰어난 감수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통영시의 첫 인상은 바닷가에 있는 도시치고는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통영 입구에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는 바닷물에 금방이라도 잠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지막하면서도 잔잔하다.

이곳의 중심지인 중앙동이나 항남동으로 내려서면 바로 발끝에 정감 어린 남쪽바닷물이 찰랑거린다. 통영시에서 가장 먼저 들러 볼만한 곳은 통영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남망산 공원. 6.25때 이곳으로 피난해와 잠깐 머문 적이 있는 천재화가 이중섭이 푸른 바다에 잠겨있는 통영시내와 남망산의 전경을 담은 그림이 있어 이곳을 스쳐가는 사람이라도 옷소매를 끌어 구경 한번 하고 가라고 권하고픈 곳이다.

남망산 공원에서 통영의 대표적인 부두인 <강구안>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시민문화회관이 있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와 11월 첫째 주에 이곳에서 통영국제음악제(www.timf.org)를 만날 수 있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봄행사에 이어 얼마 전 가을 행사가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칭다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된 이번 음악제는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 전혁림 미술관과 용화사 절 구경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미륵도에 있는 전혁림 미술관(www.jeonhyucklim.org) 관람을 권해본다. 1916년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은 통영, 부산, 마산 등에서 마치 바닷가를 지키는 등대처럼 살아왔다.

이런 이유로 그가 보여주는 풍경은 바다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색채의 마술사라는 평가에 걸맞게 바다의 파란색과 바다와 관계 있는 것들을 통해 바다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엮어내고 있다. 미술관 1층은 그의 작업실이고 2층은 작은 소품을 살 수 있는 아트샵, 3층이 전시실인 특이한 구조다. 미술관 근처에는 통영에서 가장 큰 절인 용화사(龍華寺)가 있어 절 구경도 겸할 수 있다.

미륵도에는 환상의 해안길이 우리나라의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산양일주도로’가 있는 곳이다. 산양일주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을 주는, 그야말로 ‘꿈길 60리’다.

해안선을 따라 들쭉날쭉한 와인딩 로드를 적당하게 오르내리는 언덕길을 달리면 차창에는 이내 한적한 바닷가의 마을들과 조그만 포구가 정겹게 비춰지고 차창이라도 열라치면 비단결 같은 포근한 갯바람이 달려온다.

■ 산양일주도로는 '꿈의 길 60리'

산양일주 드라이브를 시계반대 방향으로 하게 되면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끝마치게 되는데 이 곳에서 요트 세일링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산도 앞바다는 북으로 통영 시내, 동으로 거제도, 남으로 한산도, 서쪽으로는 미륵도가 둘러싸고 있어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천혜의 바다를 바다의 리무진이라는 요트를 타고 달려보는 느낌은 아주 특별하다. 하루 세 번 출발(1항차 10:00, 2항차 13:30, 3항차 17:00)하는 이 프로그램은 토영마실(055-645-8588)이라는 여행사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어른은 2만3,000 원 어린이는 2만 원이다.

■ 통영의 별미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의 해산물이 풍족한데다 삼도수군통제사를 비롯한 관리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음식문화도 발달하게 된 듯하다.

신선한 남해바다의 어패류를 푸짐하게 끓여내는 해물뚝배기는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부근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서호시장 부근에서 23년간 해물뚝배기를 끓여온 미주뚝배기(055-642-0742, 2인분부터 가능, 14,000원) 등이 유명하다.

재미있는 먹거리로는 오미사꿀빵집(055-645-3230, www.omisa.co.kr)이 있다. 40년간 꿀빵을 만들어 왔는데 물엿을 바른 겉은 달아도 속의 팥소는 단맛이 적당하고 식감도 아주 좋다. 아침 10시부터 장사를 시작하지만 400개 정도만 만들어 내므로 2,3시간이 지나면 모두 팔린다. 10개들이 6,000원.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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