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협회 대표들 내한… "포도 작황 나쁘지만 양조기술로 극복"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상 이변의 영향은 와인에게까지 예외가 아니다. 이상 기후가 포도 재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2007 빈티지’ 와인의 탄생(?)을 앞두고 필립 당브린 메독 와인협회장 일행이 최근 한국을 찾아 올 한 해 포도 작황 소식을 전했다. 결론은 올 해 태어나는 와인은 ‘(양조) 기술’에 의해 맛과 품질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

다시 말해 포도 농사 작황이 예년에 비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술력에 의해 우수한 와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뱅상 파브르 메독&오-메독 지역 와인조합대표 겸 보르도와인연맹 부회장, 듀이 마컴 주니어 보르도와인 연구ㆍ강의 전문 스페셜리스트와 함께 한 이들의 원래 방한 목적은 메독 지역의 와인을 소개하기 위한 것. 하지만 ‘날씨가 날씨니 만큼’ 새로운 빈티지 와인에 대한 얘기가 더 관심을 끌었다.

“그 동안 포도 재배 및 와인 생산업자들이 자연을 잘 지배하고 조종해 왔다고 생각해 온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 해는 자연이 포도 재배업자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명확한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한 해입니다.”

올 해 메독을 비롯한 포도 경작지가 많은 프랑스 남부 지방은 내내 이상 기후에 시달렸다. 한창 햇볕이 쨍쨍해야 할 여름이 여름 같지 않았던 것. 7~8월 내내 비가 내리며 햇볕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상 기후의 징후는 연초부터 시작됐다. 3월 들어 마치 한여름처럼 지독한 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와서다. 당브린 회장은 “이 때 해안가로 피서를 간 이들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야 말로 ‘핑크빛 무드’. 이렇게 계속 ‘뜨겁다가는’ 포도 수확 시기가 당겨져 8월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꿈이 산산이 무너진 것은 바로 다음 달.

4월에는 그 간의 더위가 무색하게 비가 많이 내렸고 5월에는 상대적으로 서늘한 날씨가 계속됐다. 5월 말 이후 보름여간 다시 더위가 찾아오긴 했지만 기다린 것은 두 달여간 ‘장마 같은’ 날씨. “당시 거의 모든 포도 재배업자들이 수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휴가도 못 갔다’고 그는 덧붙였다.

절망의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난 것은 8월 말. 다시 화창한 날씨가 찾아 오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서다. 그는 이 상황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9월 날씨 여하에 따라 최악의 빈티지가 될 수도 있었을 만큼 위기상황 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 해는 근래 역사상 가장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빈티지 와인의 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예년의 경우 포도나무에 꽃이 피고선 44주 정도 지나면 수확을 했는데 올 해는 60~65주를 바라보고 있다.

무척 이례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것. 하지만 파브르 부회장은 “여전히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걱정할 것 까지는 없다”고 애호가들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오락가락한 날씨 덕분(?)에 올 해 포도 작황은 수확량 면에서 예년 보다 20~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덜 따뜻한 메독 이북 지역은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최상급의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가 결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양과 양조자의 기술 수준, 신뢰도이죠.” “2007 빈티지 와인은 과거와 비교하자면 기술력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민감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당브린 회장은 메독, 오-메독, 물리스 앙 메독, 리스트락 메독, 마고, 쌩 줄리엥, 뽀이약, 쌩때스테프 등 8개 소지역(아뺄라씨옹)의 메독 와인 103종에 대한 관심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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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