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의 푸짐한 일상 요리 맛보세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들을 예로 들자면, 이탈리아는 스파게티, 프랑스는 거위간, 스페인은 빠에야 정도…. 그럼 미국은 햄버거나 샌드위치? 왠지 그게 전부일 것 같지 만은 않다.

서울 용산에서 이태원으로 접어드는 길목 초입. ‘SUJI’S’라고 쓰여진 조그만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노란색 이미지가 강렬한 저 곳은 어떤 곳일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볼만큼 제법 인상적이다.

이 곳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식 홈메이드 레스토랑’. 미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집에서 먹던 음식을 내놓는 곳이다.

뉴욕에서 10년 넘게 살 다 수년 전 귀국한 주인 박수지씨는 미국에서 먹던 음식들이 먹고 싶어졌다. 서울 강남의 유명 레스토랑이나 햄버거 집도 가봤지만 결론은 ‘글쎄!’. 레스토랑은 너무 격식을 차리면서 비쌌고 일반 햄버거는 패스트 푸드 성격이 강했다. “미국 사람들이라고 다 그렇게만 먹는 것은 아닌데…”.

그래서 박씨는 3년 전 해밀톤호텔 옆 조그만 반지하 공간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언제든 가볍게 들러 (미국) 집에서 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미트 로프(meat loaf)’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우리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가장 정겨운 음식이기도 하다. 바로 미국인이 찾는 ‘넘버 원’ 메뉴.

미트 로프는 우리 음식으로 치자면 ‘너비아니’나 ‘함박 스텍(스테이크)’과 비슷하다.

한 마디로 소고기를 잘게 다져 야채 양념 등과 버무린 뒤 구워낸 것. 다진 소고기와 양파 당근 샐러리 등 여러 야채가 소금 후추 타임 로즈마리 등 각종 향신료와 어우러져 맛깔스럽다.

고기를 다져 낸다면 간혹 의심스러운 것이 고기의 비율. 고기는 별로 없고 야채나 심지어는 탄수화물 같은 것들로 만들어진다면 당장 씹을 때 ‘퍽퍽한’ 느낌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는 고기 맛이 메인이다.

입 안에서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고 더욱이 다져져 있어 씹기도 편하고 소화도 금방되는 것 같다. 바로 옆에 놓인 매시트 포테이토도 삶은 감자를 으깬 것이고 소스도 직접 만든 것만을 써 맛이 신선하다.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샐러드도 자못 미국적이다.

‘샐러드의 황제’라 할 만한 ‘캅 샐러드’ 또한 주 메뉴. 미국인 미스터 캅(Cobb)이 만들었다는 이 샐러드는 각종 채소 위에 베이컨과 치킨, 아보카도, 삶은 계란, 치즈 등이 듬뿍 얹어진다. 하도 푸짐해 보여 샐러드만이라기보다는 한끼 식사용으로 어울린다. 일명 ‘프리미엄 샐러드’.

이 곳은 브런치 전문 메뉴로도 이름이 높다. 아침과 점심 사이 허기를 채우기에 적당한 음식들을 전문적으로 매일 차려주는 것.

특히 전통 미국식 오믈렛이 대표적. 팬 위에서 계란을 터뜨리곤 그 위에 잘게 썬 감자와 야채 양파 베이컨 등을 얹어 돌돌 말아 낸다. 하나 만드는데 계란만 5~6개를 사용해 어찌나 큰지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쫙 벌어질 만 하다.

처음 박씨는 가게 이름을 ‘The Coffee Shop’이라고 평범하게 지었다. 하지만 너무 범용적이라 구청에서 등록이 안되고 손님들이 ‘네가 뭐라 부르든 우리는 그냥 ‘수지스(수지네 집)’이라고 부르겠다고 해 자연스레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박씨는 올 초 같은 메뉴와 콘셉트로 일본 도쿄 시내 롯본기에도 2호점을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벌이고 있는 수많은 미국인들을 위한 먹거리 틈새 시장에 대한 확신에서다.

■ 메뉴

미트로프 1만6,000원, 캅 샐러드 1만3,000원. 수프류 4,000원부터~, 샐러드 4,000원부터. 버거&샌드위치 1만원부터. 스테이크를 제외하곤 메인 메뉴도 1만원 대가 거의 대부분이다.

■ 찾아가는 길

녹사평 역에서 이태원 입구 초입 우측. (02)797-3698, 코엑스점 (02)3467-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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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