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힐러리의 강인한 정신력 조명'힐러리의 삶' / 번스타인 지음 /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만 원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 시절,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전통적인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남편과 사실상의 ‘공동정부’를 꾸려나가고자 했다.

젊은 시절 두 사람이 꿈꿨던 이상을 펼치고자 했던 힐러리는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보건정책을 적극 추진했지만, 공화당 반대파로부터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국민들로부터는 “지나치게 나서는 영부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반감을 샀다.

그때부터 형성된 ‘안티 힐러리’ 감정은 힐러리가 대선 출마를 발표할 때까지도 계속됐고, 이 때문에 힐러리는 민주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본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힐러리는 정치인으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는데, 바로 폴라 존스 및 르윈스키 스캔들이었다. 남편을 끝까지 믿었던 힐러리는 사실상 전국민 앞에서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2007년 11월 현재, 힐러리는 자신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년 초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 등 민주당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지지율에서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여러 번의 TV 토론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지만 40%대 후반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전의 실패로 공화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때맞춰 나온 이 책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 힐러리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한다.

어릴 적 부모 형제와의 관계, 빌과의 만남과 사랑,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삶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상원의원에 당선되기까지의 여정 등이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 등이 힐러리의 정신력의 바탕이 됐다.

저자는 특히 힐러리가 가장 큰 위기인 르윈스키 스캔들을 기회로 바꾸었다고 평가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와 분노를 느꼈지만 이를 이겨내고 남편 곁을 꿋꿋이 지켜냄으로써 그동안 자신을 냉대하던 대중의 호감을 사게 됐다. 만약 그때 바람 핀 남편을 떠났다면 현재의 힐러리는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199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에서 가끔 힐러리에 대한 혼란스러운 시각을 노출하기도 한다.

일례로 힐러리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책의 서문에서는 정치적 야망 때문인 것처럼 썼지만, 더 읽어나가다 보면 극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남편을 뒀음에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던 원로 기자답게 글을 쓰는 대상에 대해 호감도 반감도 갖지 않고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던 것 같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힐러리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힐러리의 상원의원 당선까지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상원의원 시절과 민주당 경선 후보 출마 전후의 사정 등은 거의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평생을 걸쳐 자신의 이상과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인간의 초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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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