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법정 스님은 그 회자되는 법명만으로도 향기를 느끼게 한다.

내게 있어 스님은 쓰신 글(특히 <무소유>)들을 읽어 배우고 공감하며 때로 생각하고, 막연히 한번쯤 뵙고 싶었던 분이셨지만, 그러면서도 신문이나 책 표지에 난 사진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겼었다. 만나 뵐 인연은 멀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께서는 <샘터>에 실렸던 나의 졸문 한 편을 ‘맑은 글’이라고 칭찬해주셨고, 순천 송광사 불일암 암자에서 스님을 뵈었을 때 무얼 예쁘게 보셨는지 나와 아내에게 ‘향적(香積)’과 ‘삼매화(三昧華)’라는 무거운 법명을 지어주시고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을 주셨다. 내게는 놀라운 만남의 인연이었다.

스님은 내게 부모 같은 분이고 삶의 스승이시다. 정치권의 집요한 출마 요구가 있던 14대 총선 때 스님은 “처사, 그 곳에 가면 차 맛을 잃을 것”이라고 하시어 고뇌하던 나를 일깨워주었고 15ㆍ16대 총선 때도 그러했다.

17대 총선 때는 말씀을 드리지 않고 출마해 당선되자 “청정심(淸正心)을 잊지 말고 잘 하라”고 하시며 진흙탕 속의 연꽃이 되길 기대하셨다.

스님은 실천불교의 가르침도 행하시어 1994년 순수 시민운동인 ‘맑고 향기롭게’모임을 발의하시며 내게도 참여를 권유, 기꺼이 스님의 향기를 전하고자 창단멤버로 참여하였다. 97년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모임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외진 곳의 내 집을 찾는 드문 사가행(私家行)을 해주셨다.

<사진> 경기도 외진 곳에 자리한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앞줄 왼쪽) 집을 찾은 ‘맑고 향기롭게’ 회주(법정 스님)와 임원진. 뒷줄 왼쪽부터 고 정채봉 이사, 작가인 윤천광 서울 본부장, 법정스님, 박원래 광주본부장, 박수관 부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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