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건배주'엘빈꿀로 크리안자' '미셀 피카르' 국내 반응 극과극

정치 바람, 혹은 지도자에 대한 인기도가 식탁 위 와인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북한의 두 지도자가 마셨다는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국내 시장에서 엇갈리고 있어서다.

지난 달 남북정상회담 만찬을 계기로 ‘김정일 와인’으로 떠 오른 ‘미셀 피카르’는 최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인기 급상승 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찬 석상에서 건배주로 지정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이 달 말 시장에 선보일 예정으로 유통가에서는 벌써부터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정일 와인’은 이미 두 정상의 만찬 직후부터 국내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대체 어느 와인을 집어 들었냐’는 관심부터 시작된 소란(?)이 즉시 국내로 파급된 것. 브랜드가 미셀 피카르라는 것이 확인되고선 국내 수입사와 백화점 등 유통가, 프랑스 대사관 등에는 수입 여부 및 구입처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이 올 초 유럽 3개국을 순방할 때 스페인 국왕이 주재한 만찬에서 맛보았다고 해서 ‘노무현 와인’으로도 불리는 ‘엘 빈꿀로 크리안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지난 여름 수입돼 시장에 소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직은 뜨뜨미지근한 것.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노무현 와인은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왕에게서 대접 받은 와인이라 김정일 와인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동등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또 국내에 잘 알려진 라호야 지역이 아닌 라만차 지역의 와인이란 것도 핸디캡. 와인 전문가들은 “엘 빈꿀로 크리안자는 병당 5만원대로 저렴한데다 마셔본 이들은 품질이 좋다고 호평한다”며 “와인과 정치인의 인기에 직접적인 함수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비하인드 스토리] '김정일 와인' 뒤늦게 알려지자 주문 폭주

'한국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말해 줄 수 없다."

노무현 와인, 김정일 와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참 전인 지난 여름 프랑스 보르도 빈 엑스포를 방문한 금양인터내셔날의 조상덕 차장. 국내에 수입하기에 적당한 부르고뉴 와인을 찾던 그는 미셀 피카르의 공동대표인 가브리엘 피카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의 한 마디가 바로 의미심장한 언질.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관계를 암시적으로 알려 준 농담이다.

김정일 와인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미셀 피카르'는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던 브랜드이다.

심지어 수입 계약이나 주문 조차 되어있지 않던 상태. 하지만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만찬 석상에 오른 이후 여기저기서 문의가 폭주하자 뒤늦게 수입이 결정됐다. 당시 미셀 피카르 본사에서만 국내로부터 수백통의 전화와 이메일 연락을 받았다는 후문.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배주로 지명한 미셀 피카르의 꼬뜨 드 뉘 빌라쥐는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부르고뉴 레드와인으로 꼽힌다.

신선한 레드 베리 향이 풍기고 숙성될수록 설탕에 절인듯한 과일향이 나며 탄탄한 풍미와 탄닌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병당 소비자가는 3만~4만원대. 다른 종류의 와인들도 6만~15만원선이어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때의 '김정일 와인 1호'인 샤토 라투르보다 대중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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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