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음식 경계 허문 이탈리아의 맛 일품

해외 유명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어 ‘외국 냄새’가 물씬 난다는 서울 청담동의 신영빌딩. 1층 로비 한 켠에 ‘블르바드’(Blvd)라 쓰인 테일러 숍 하나가 눈에 띈다. 공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맞춤 남성복으로 이름난 브랜드이다. 대표는 서상욱씨.

그리고 이 빌딩 지하 2층. 역시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키친 블르바드’. 뒤에 ‘일 프리모 이탈리아노’(Il primo Italiano)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것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 1등의 이탈리아 음식이란 뜻이다.

함박스테이크.

두 곳의 이름이 같은 이유는 역시 주인이 같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자신의 패션 브랜드 숍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서씨는 역시 같은 브랜드의 레스토랑에도 도전했다. 패션을 뛰어 넘어 음식으로까지 창작 영역을 넓힌 셈.

레스토랑은 외관부터 그의 디자인 감각이 살아난다. 단순할 것 같은 통유리지만 테두리에 검은 색상과 로고 등을 입혀 자못 이국적이다. 실내의 벽돌과 기둥 장식 등은 로마 이오니아 풍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살린 것이라고.

벽면 대부분을 채운 베이지색 벽돌의 색감과 인상은 연한 주황빛 조명과 잘 어우러진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이 가공석은 냄새를 빨아 들이며 공기 정화 역할도 해 편안함과 안정감을 선사한다.

천장에 달린 둥그런 원 모양의 철제 샹들리에와 유리탁자, 원형 등 받침이 눈에 띄는 의자, 벽 면에 걸린 포스터 등도 제법 감각적이다. 모두 주인 서씨가 자신의 스타일과 패션으로 디자인한 것들이다.

호주에서 오랜 기간 공부와 사업을 했고 유럽도 자주 찾았던 서씨는 특히 호주에서 맛보았던 이탈리아식 음식들에 대한 향수가 있다. 이탈리아 사람이 하는 이탈리아 음식도 있지만 그리스인의 이탈리아, 호주인의 이탈리아식 메뉴 등…. 여기서도 그 입맛을 살려 냈다.

사과피자.

인기 메뉴 중 하나인 함박 스테이크(Hamburger Steak)에는 그의 음식 스타일이 잘 묻어난다. 이탈리아적이면서도 어딘가 미국이나 호주 스타일 같기도 한….

신선한 야채와 소고기를 갈아 빚은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로 과일 소스가 과일 향내를 그대로 전해준다. 소스는 파인애플 등 각종 과일과 토마토 마늘 등으로 직접 만들어 신선하다. 옆에 놓여진 계란 프라이와 새우, 밥을 쳐다 보면 속이 든든해질 것만 같다.

등심이나 안심 스테이크는 덩어리째 보다는 얇게 슬라이스돼 나온다.

팬 위에 야채를 먼저 깔고 적당히 구워낸 뒤 고기를 얹고 소스가 뿌려져 있다. 이탈리아 전통 볼로냐 스타일 소스의 소고기 스파게티인 만조(Di manzo) 또한 서씨가 자랑하는 메뉴. 파스타이지만 역시 고기 살점이 넉넉히 들어가 풍성해 보여 이탈리아라기 보다는 웨스턴 푸드 같다.

특히 디저트 피자로 많이 찾는 사과피자(Pizza di Mele)는 이 곳 최고 인기 메뉴 중 하나다. 흔히 사과 파이를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맛. 밀가루 도우 위에 사과 조각들을 올려 같이 구워냈다. 미리 설탕에 절여 꿀을 발라 내고 그 위에 새하얀 슈가 파우더까지 흩뿌려져 있어 달콤함 그대로다. 실내는 테이블 7개, 30석에 바와 실외 로비에 별도의 좌석들도 갖추고 있다.

■ 메뉴

함박스테이크 등 점심특선은 7,800~9,800원. 사과피자 등 피자와 파스타는 1만2,000원부터, 샐러드 9,900원부터.

■ 찾아가는 길

영동대교 남단에서 삼성동 방향 대로변 우측 신영빌딩 지하2층 (02)518-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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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