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립한다' / 김희수 외 지음 / 도서출판 일다 / 9,800원온갖 난관 극복하고 독립을 쟁취한 여성 8명의 체험기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독립’은 전혀 권장 사항이 아니다. 석가모니의 출가처럼 남자들의 독립은 한번쯤 해 봐도 좋은 경험이지만 여성이 혼자 사는 것은 나이가 어리든 들었든 돈이 많든 적든 주변에서 뜯어말려야 할 일로 치부된다.

가정과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홀로 서고자 하는 용기를 낸 후에도 다시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골드미스’란 단어가 아무리 유행해도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업 기회가 적고 일단 취업을 해도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서 적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길을 선택한 8명의 여성들의 체험담을 모았다. 누구나 한번쯤은 독립을 꿈꾸는 20대 세 명을 포함해 30대, 40대,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독립 경험을 풀어 놓았다. 이들 중 골드미스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적은 월급이지만 아끼고 아껴 청약저축을 붓고 집안을 어지럽히는 개미떼 퇴치 방법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 한 순간이라도 독립을 꿈꿔본 적 있는 여성이라면 저자들의 고단하지만 용기 있는 삶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대가 독립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상당수가 아버지의 폭력 등 괴로운 가정생활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독립은 마음만 먹는다고 한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월셋방의 보증금이 필요했고 심리적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했다. 준비를 하는 동안 의지를 꺾지 않을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했다”고 스물여덟의 이승민씨는 말한다.

일단 ‘저지른’ 후에도 단순히 몸만 따로 사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 독립’을 이루는 데는 난관이 따른다.

독립의 한 방법으로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선택한 김희수씨는 처음에 밤새도록 인터넷을 하든 술을 퍼먹든 상관없이 자유를 만끽하면서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결국 옥탑방으로 옮겨 ‘완전한 독립’을 실행한다.

김씨는 혼자 살림과 가사노동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남에게 의존해 왔는가를 다시금 깨닫는다. “여성에게 과중한 가사노동이 부과된다는 사실에 발끈해 왔지만 정작 나는 자신의 몸을 간수하는 일조차 동료 여성인 엄마에게, 혹은 남자친구에게 전가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천적 소아마비로 양손을 쓰지 못해 모든 일을 두발로 하는 장미씨가 일생 동안 고생한 어머니를 떠나 독립을 하고,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10년 동안의 끔찍한 결혼생활을 접기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계속된 패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항소한 남편과 3년 동안 법정 대결을 벌이고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 낸 숙경씨의 사례는 그 인내심과 용기, 철두철미함에 고개를 내두를 정도다.

이옥임씨는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 독립을 결행하면서도 자신과 가정을 모두 지키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 남편이 뇌수술을 하고 난 뒤 “천사 같던 아내가 악마처럼 보인다”면서 아내를 싫어하기 시작하자 행복했던 이씨의 생활은 재앙으로 바뀌었다.

스트레스에 신장병까지 얻게 된 이씨는 강화도에 혼자 사는 셋집을 마련하고 서울 집과 강화도 집에서 일주일의 반씩을 보내기로 한다. 강화도에서 채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그는 아픈 남편을 버리지도, 자기 자신을 버리지도 않은 채 노년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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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