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자연·우주를 담아낸 '0' 시리즈, 130x90x240cm, 브론즈

절제의 미학을 추구해온 한국 추상조각의 원로 최만린(72)의 작품 ‘0’ 시리즈. 모든 만물의 근원인 인간과 인간이 존재하는 자연과 우주, 이 모두를 상징하는 둥근 형태를 모티브로 하여 변형된 작품들이다.

최 화백에게서 ‘0’은 숫자 ‘제로(ZERO)’, 불교에서의 공(空)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목에 얽매인 해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념적이고 언설적인 것에서 벗어나 내면의 심상표현이 주가 돼야 한다는 것.

김종영ㆍ김세중을 사사한 그는 서울대 미대 교수(1967-2001)와 국립현대미술관장(1997-1999)을 역임하면서 지난 50년간 고집스럽게 추상조각만을 해왔다.

단순화한 인체형상을 통해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다룬 ‘이브’, 동양적 생명관을 유기적 구조로 담아낸 ‘태(胎)’, 추상화시킨 서체의 획으로 형태의 근원을 재현한 ‘점(點)’ 등에서 최근엔 인간과 자연, 우주를 상징하는 ‘O’ 시리즈를 통해 일관된 미학을 격상시키고 있다.

특히 ‘0’시리즈는 기존 작품의 형태적 요소를 철저히 단순화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이면서도 핵심만을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6년 만에 갖는 최 화백의 신작전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30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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