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고 히트 '부티 부츠' 어느 옷에도 잘 어울려현대인의 친구 '스니커즈' 세련된 디자인 눈길

이른 추위와 첫눈 소식에 연말이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기분이 든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니 마음이 황망해진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가 보다! 범사에 감사하자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 아쉬움이 맴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데, 되돌아보면 늘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것 같다. 다급한 심정에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본다. 그리고 여자 친구들의 한결 같은 충고가 돌아온다.

“니 스타일을 바꿔봐. 인생이 달라질 거야.”

내 운명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스타일 때문이었단 말인가?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연말이 되면서 이처럼 ‘스타일변화’라는 부담스러운 미션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스타일이라는 게 그 사람의 총체적인 것을 반영하는 지라 막상 바꾸려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먼저 자신의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옷장을 뒤져본다. 화장품과 액세서리 함도 들여다보고, 사진앨범도 유심히 본다. 그런 다음 어떤 아이템을 구입할지 머리를 싸맨다.

모두 다 새로 사고 싶지만 얇은 지갑 사정이 그걸 허락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가장 남들 눈에 잘 띄는 아이템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 코트를 살까? 아니면 핸드백? 아니면 큐빅이 듬뿍 박힌 머리핀이 좋을까? 그런데 그 순간 귓전에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값비싼 가방에 싸구려 구두라, 때 빼고 광냈지만 품위가 없군.”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끔찍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던 앤소니 홉킨스가 수사를 맡은 FBI 연수생 조디 포스터에게 한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심문하러 간 FBI 연수생의 간단한 신상을 보고 지난시절까지 추리해내는 살인범. 더욱 놀라웠던 것은 구두가 한 사람의 살아온 이력까지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패션의 완성이라는 구두. 구두를 빼놓고 스타일 변신을 꾀한다는 건 어리석은 발상일까?

전래동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에서 여주인공들의 운명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신발이라는 매개체다.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는 구두를 사는 것이 하나의 큰 낙이자 취미다.

집세 낼 돈은 없어도 한 켤레에 30~40만원 하는 마놀로블라닉이나 지미추 같은 고급 구두를 사서 신는다. 사치로 악명 높은 마르코스 전(前)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도 수천 켤레의 구두를 모았다.

도대체 신발이 뭐길래? 여기저기 찾아보니 신발에 대한 재미 있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동서고금을 통해 신발은 신분이나 계급을 반영하기도 하고, 인간의 예술성향을 반영하기도 했다. 삼국시대에는 지배계급은 목이 긴 가죽신을 즐겨 신은 반면, 중간계급이나 피지배계급은 짚신이나 목이 없는 가죽신을 신었다고 전해진다.

신발은 행운과 화합을 상징하기도 했고, 성적인 것을 상징하기도 했다.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는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역사를 구두를 통해 살펴본 책이다.

책에는 강한 남성성을 상징했던 중세시대 뾰족구두 ‘풀렌’과 프랑스 시민혁명의 산물인 샌들 등 구두에 관한 다양한 얘기가 등장한다. 신발에 대한 관심은 곧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바뀐다. 구두에 열광하는 슈어홀릭(Shoeaholic)의 심리를 알 것만 같다.

이 참에 올 겨울 유행하는 트렌드형 구두를 구입해 볼까 하고 여기저기 검색해본다. 올 겨울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복사뼈 아래까지 오는 짧은 부츠 부티(Bootie)의 인기가 뜨겁다.

G마켓의 경우 본격적으로 부티를 선보이기 시작한 9월 초 대비80% 이상판매가 증가했으며, 현재 1600여종의 부티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부티 부츠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상승하자 G마켓은 부티 카테고리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부티는 활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어떤 스타일에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게 특징이라고 패션 전문가들은 말한다. 발목이 드러나는 부티는 정장바지나 스커트, 미니원피스 등 다양한 의상과 매치해 입을 수 있다.

부티 부츠의 색상이나 디자인은 단순하되 핀 버튼이나 빅 버클 등으로 발등 부분에 포인트를 준 상품이 많다. 특히, 과장된 리본 장식이나 밴드, 광이 나는 버클을 이용해 화려한 느낌을 강조한 상품은 여성스러운 느낌을 낸다.

즐겨 신는 스니커즈도 살펴볼까. 아웃도어 기능에 세련된 디자인이 가미된 고급 스니커즈 역시 눈길을 끈다. 활동량이 많은 현대인에게 스니커즈는 든든한 친구 같다. 국내 한 대형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11월 들어 보온성이 뛰어난 누빔 스니커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언감생심, 한 켤레에 수십 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는 명품구두에도 눈을 돌려본다. 마놀로블라닉은 물방울 모양을 닮은 9cm높이의 힐에 발등을 직선으로 커버하는 나로드니, 골드 버클 장식이 특징인 피라테 부츠를 이번 시즌 출시했다. 앤디 워홀, J.F. 케네디, 파블로 피카소, 윈저 대공 등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신는다는 신사화 벨루티를 보는 순간 구두가 아니라 예술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슈즈 멀티숍’을 찾는 이들도 많다. ABC마트, 레스모아 메가스토어, 슈스타 등 슈즈 멀티숍에 가면 여러 브랜드는 물론, 운동화에서 캐주얼화, 정장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다.

스타일 변신을 꿈꾸는 연말. 마음에 드는 멋진 신발을 찾았다면 파티에도 한번 가볼까? 다음 주엔 파티룩에 대한 얘기를 준비해야지.

■ 금강제화에서 제안하는 부티 코디 Tips

1. 정장바지

부티의 경우 전체적으로 중석적인 매니시한 스타일의 패션에 잘 어울린다. 슬림한 핏의 정장 바지에 부티를 매치하면, 발목이 가늘어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레이스업 부티의 경우, 슬림한 바지 정장에 매치하면 중성적인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단 가는 발목이 보일 수 있는 기장의 정장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

2. 미니원피스에 발목 레깅스

스커트에 부티를 코디할 경우, 긴 기장 보다는 무릎 위 선까지 오는 미니 스커트가 적당하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와 코디하면 가는 발목이 강조되어, 발랄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레노마 여화 담당 조희영 선임 디자이너는 ‘스커트에 부티를 매치할 경우 다리의 단절 효과로 다리가 짧아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올해 출시되는 부티는 복숭아뼈를 덮는 일반적인

부티에서 발등 부분이 깊게 파인 스타일로 변형되었다. 기본 펌프스에 약간의 목만 올라와 있는 형태의 부티로 스커트에 매치했을 때, 다리가 오히려 길어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3. 스키니진에 부티

포인트 코모양의 부띠는 슬림함을 강조한 스키니 진과 코디하여 쭉 뻗은 다리를 더욱 강조하여 표현해 준다. 이때 상의는 넉넉한 블라우스나 롱 가디건 등으로 대비시켜주면, 보다 세련된 감각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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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