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공업도시를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력바스크 독립운동 격화로 쇠퇴의 길 걷던 도시… 이젠 마음을 살찌우는 예술의 향기 그윽

‘사회적 웰빙’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로하스는 약어로 표기된 단어가 담고 있는 내용 그대로 건강, 환경, 사회정의, 자기발전과 지속가능한 삶에 가치를 두는 소비 집단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로하스족(族)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정신 및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소비 기반의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다.

로하스의 의미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해외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다.

퇴색한 공업도시가 활기 넘치는 문화도시로 환골탈태하면서 생겨난 야릇한 문화적 공기를 현장에서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여행객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빌바오는 몸이 건강해지는 직접적인 웰빙의 단계를 넘어 마음의 웰빙을 원하는 지금 시대에 적합한 여행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빌바오에 가서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의 웰빙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답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술관에 그림 등 전시된 작품을 보러 간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저런 다른 목적으로 미술관에 가기도 한다. 지난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다녀간 사람들이 100만 명 정도.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감상보다는 미술관 그 자체를 보러 갔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에 오페라 감상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개껍데기 같은 건물을 구경하기 위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10년 전 구겐하임 미술관이 문을 열었을 때 유럽 각지에서 이 건물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빌바오로 가는 항공편 좌석이 동이 났을 정도라고 한다.

빌바오의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네비론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술관 건물만으로도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이롭다.

미국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이 건물을 두고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는 “인류가 만든 20세기 최고의 건물”이라고 찬사했다. ‘메탈 플라워(금속으로 만든 꽃)’라는 별명을 지닌 이 건물은 사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다.

하늘을 향해 꽃잎처럼 펼쳐진 구조는 정말 기발하다. 여기에 3만 3,000여 개의 티타늄 조각이 생선 비늘처럼 건물을 뒤덮고 있어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물고기 같은 느낌도 들고 새벽의 은빛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 같은 분위기도 만들어 낸다.

쇠락해가는 칙칙하고 무거운 공업도시에 갑자기 나타난 구조선 같은 미술관 건물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이들 뿐만 아니라 빌바오를 찾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몽땅 빼앗아간다.

이렇게 독특한 미술관 안에서 일 년 내내 기획전이 열려 유명한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빌바오가 웰빙 여행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공간에서 몸으로 체험하는 현대미술의 현장성은 이 미술관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빌바오에서 문화가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빌바오의 건강한 변신은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바스크 지방의 중심 도시인 빌바오는 조선소가 있어 우리나라의 울산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한때 광산업으로 번영을 구가하는 등 스페인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지만 1959년부터 바스크 독립운동이 격화되면서 테러의 위협이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나게 되고 이내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에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신을 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 건강한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미술관 하나가 도시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보려면 빌바오에 가보라고 하는 이야기도 나오게 됐다. 이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자기 도시의 이름이 들어가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갖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 빌바오에 가면...

바스크 사람들.

요즘 빌바오 거리에는 바스크 말보다는 불어, 독일어, 영어가 더 많이 들린다고 할 정도로 빌바오는 여행 명소로 뜨고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과 더불어 대서양을 끼고 있는 해변이 아름답고 중세 풍의 고성이나 아름다운 목초지 등도 볼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빌바오 근교에 있는 브뜨론(BUTRON) 성은 13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중세 성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성 안에는 그 당시 생활상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빌바오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10시 30분 개장 20시 폐장. 문의 94-615-1110

■ 정보상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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