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병원 역할을 한다?

솔루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TV가 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사후관리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솔루션 프로그램의 대표격은 아무래도 지난 11월20일 100회를 맞은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일 것이다.

‘노예 할아버지’ ‘아들에게 매맞는 엄마’ ‘알코올 중독 엄마’ 등 갖가지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을 고발하고 사회복지사와 정신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솔루션 위원회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사후 관리에 공을 들였기 때문일 터다.

요즘은 폭력처럼 심각한 사안 외에 생활의 개선에도 TV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거꾸로 하우스>는 지난 10월부터 뚱뚱한 가족의 살을 빼 주겠다며 아예 거꾸로 서 있는 집을 만들었다.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야 대문이 나오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데다 암벽 등반을 해야만 침대로 갈 수 있도록 설계된 집이다.

MBC <공부의 제왕>은 지난 11월10일 시작해 서울대 재학생 강성태와 ‘박사 개그맨’ 이윤석, 가수 김장훈이 수험생들에게 공부 비법을 전수하며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TV에 나와서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겠냐”며 비판하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TV가 단순히 말장난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야 삶의 변화를 실제로 유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단지 남의 삶을 엿보는 관음증이나 교양을 가장한 시청률 놀이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해 SBS <체인지 업!가계부>의 경우 6개월만에 막을 내렸듯 사람의 생활 습관이 바뀌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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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