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담백한 물곰탕, 해장에 딱이네'

동해안, 특히 겨울철에 주로 잡히는 커다란 생선 하나. 한류성 어종인데다 포항~속초 해안에서 주로 보이는데 국을 끓여 먹으면 해장용으로는 최고다. 비록 살은 흐물흐물하지만 국물만은 시원한 맛을 제대로 내서다. 왜 시원한지 성분을 보면 수분 함량이 여느 생선 보다 훨씬 높다.

이 생선을 영덕 등 경북 지방에서는 보통 물곰이라고 부른다. 강원도에서는 대신 ‘곰치’. 이름만 다른 건 아니고 요리법도 차이가 있다. 강원도에서는 탕을 끓일 때 신 김치를 같이 넣는다. 그래서 ‘곰+(김)치’가 합쳐 곰치로 불리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경북 지방에서는 신김치를 넣지 않는다. 대신 고춧가루와 된장이 양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함께 넣는 재료는 무와 대파 정도. 많이 들어가면 시원함 대신 텁텁함이 느껴져서다.

서울 테헤란로변의 강구미주구리에서는 영덕식 물곰탕을 맛볼 수 있다. 주인 윤재환씨 내외가 영덕의 강구항 출신이라 붙인 상호다. 그리고 미주구리는 물가자미의 다른 이름. 주로 주방에서 일하는 윤씨 아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끓여주던 그 맛 그대로 끓여낸다.

이 집 물곰탕 국물은 붉으스름한 색깔을 띤다. 고추 양념 때문. 얼큰할 것만 같지만 한 숟갈 떠 보면 시원함이 입안 가득 와닿는다. 가만히 보면 들어 있는 무의 모양이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들쑥날쑥인데 도마에 넣지 않고 그대로 손에 들고 칼로 툭툭 쳐내서다. 이 또한 어릴적 보던 방식 그대로라고.

이 집에는 서울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메뉴들도 보인다. 도루묵조림이나 미주구리조림, 바다메기매운탕 등. 남해안이나 거제도 인근에서 많이 잡히는 바다메기 역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 역시 해장용으로 인기높다. 살점이 흐물흐물 연한 것은 물곰과 매한가지.

‘살 보다는 알맛’으로 먹는다는 도루묵 조림은 요즘이 제철이다. 통통 터질 듯 부풀어오른 도루묵 알은 성란이 되면 딱딱하고 맛이 없다는데 그래도 연말까지는 제철이다. 양식이 안된다는 물가자미, 돌문어, 백고동 등 이 집에는 자연산 횟감이 무척 많다.

특히 막회는 주인 윤씨가 자랑하는 메뉴. 어릴적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두어가지 생선에 야채를 버무려 주던 기억 그대로 내놓는다. 주재료는 미주구리와 청어, 학꽁치 등 세가지.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져 나오는 것이 ‘막회 치고는’ 제법 정돈스럽다. 철에 따라 병어나 전어가 얹어지기도 한다.

한 젓가락 집어 들고 입 안에 넣었을 때 쫄깃한 살점에다 뼈째 씹히는 것은 미주구리. 세꼬시로 나온다. 색깔이 투명한 듯 하얀 학꽁치는 약간 비린듯하지만 담백한 맛을 낸다. 속살이 연붉은 색상에 비늘껍찔째 썰어 있는 것은 청어로 고소하다. 그야말로 식탁 위의 3어(魚)3색.

종류별로 앞접시에 갖다 놓고 초고추장을 버무려 먹으면 새콤 상큼하다. 횟감 밑에는 무채. 양파 영양부추가 깔려 있고 위로는 무순과 배, 빨간 고추가 놓여져 있다.

재료는 대부분 강구항에서 직접 받아 오거나 가락동 수산시장에 주인 윤씨가 매일 새벽에 나가 제일 좋은 재료로 장을 봐온다. ‘횟감은 재료 맛이 반, 그리고 손 맛이 반’이라는 신조에서다. “식재료가 1순위입니다. 재료만 좋으면 대충 끓여도 맛이 난다니까요!”

■ 메뉴

매일 생선찌개 종류가 바뀌는 정식 5,000원, 물곰국 8,000원,(여름철엔 물회가 잘 나간다) 막회와 과매기, 돌문어, 도루묵 조림, 미주구리조림, 바다메기매운탕 등은 2만~3만원,

■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선릉역 방향으로 가다 포스코 빌딩 뒷블록, 세븐일레븐 건너편. (02)568-9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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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