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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1987년 서울음반
생애 단 한장 뿐인 전설의 앨범… 25세로 세상 등진 천재 가수
한국 대중음악을 외국 팝 이상으로 끌어올린 만능 뮤지션



데뷔음반이 곧 유작앨범이 된 비운의 가수 유재하.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요절도 애통했지만 음반 속에 수록된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 연주하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에 편곡까지 가능했던 탁월한 음악적 재능은 대중음악계의 큰 손실이었다.

단 한 장의 음반을 통해 “생소한 변조와 독특한 코드 진행으로 대중음악의 수준을 외국의 팝 이상으로 몇 단계 끌어 올렸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뮤지션은 전례가 없었다.

유재하의 1집은 향후 대중음악이 나가야할 하나의 지향점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앨범이었다.

범상치 않은 그의 독집은 타고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에다 한양음대 작곡과에서 화성학을 깨우친 음악적 뿌리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순수음악을 전공했지만 대중음악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기타, 키보드 등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각 종 악기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만능 뮤지션이었다.

대학졸업을 앞둔 1984년, 당대 최고의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거쳐 김현식이 리드한 록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키보드 주자로 참여하며 공식 데뷔를 준비했다.

이때 조용필은 그가 쓴 ‘사랑하기 때문에’를 먼저 취입했다. 2달여의 녹음 끝에 창작곡 9곡을 수록한 1집은 이원재의 데뷔음반과 경합하는 산고 끝에 탄생했다.

그의 1집은 3가지 종류의 재킷이 존재한다. 1987년 4월에 발매된 초반은 대표 곡 ‘사랑하기 때문에’가 담배연기로 디자인된 독특한 이미지의 재킷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4개월 후 유재하의 사진으로 평범하게 디자인된 LP와 CD가 동시에 재 발매되었던 것. 수록곡 대부분은 독특한 변조의 코드진행 때문에 처음엔 “노래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음악관계자들은 이전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음악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그의 곡이 고급스럽게 들리는 것은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등 기존의 세션포맷에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롯, 오보에 같은 ‘클래식 악기’까지 연주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연주곡 ‘미뉴에트’는 그의 천재성을 확인시키는 근사한 곡이다.

2003년 봉준호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사후 16년 만에 그를 부활시켰다. 부녀자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가 비가 오는 날이면 라디오에 신청한 묘한 분위기의 ‘우울한 편지’가 젊은 층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던 것.

사실 이 곡은 그가 대학 1학년 때 만나 첫 눈에 반했던 한 여자친구의 편지가 모티브가 되었다. 첫 만남 이후 2년 간 퇴짜를 맞으며 구애를 펼친 그가 처음으로 받았던 편지였다. 유재하에 대한 연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담긴 그녀의 편지는 이미 비극적 사랑을 예감했다.

‘그대 내 품에’는 사랑을 구애하는 애타는 마음을, ‘우리들의 사랑’은 사랑이 받아들여진 가슴 벅찬 기쁨을, ‘지난날 ’은 짧은 이별의 서글픔을, 대표 곡 ‘사랑하기 때문에’는 다시 돌아온 그녀를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이처럼 그의 노래들은 여자 친구와의 첫 만남부터 몇 번의 헤어짐과 재회를 거치는 상황을 담은 솔직한 연애일기였다.

그의 요절은 소위 연예계의 ‘11월 괴담설’ 진원지가 되었다. 1987년 11월1일 그가 사망한지 딱 3년 후 같은 날, 김현식이 뒤를 이었기 때문.

당시 유재하와 김현식은 음악선후배를 넘어 절친한 술친구로 밤을 세워가며 음악적 교감을 나눴던 사이다. 그래서 “먼저 간 유재하가 술친구가 그리워 그를 데리고 갔다”는 소름 돋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또한 유독 11월에 줄을 이은 연예계의 사건사고로 인해 ‘11월 괴담’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유재하는 시대를 초월한 음악을 선보인 뮤지션이다.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1집은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풍성하게 살찌우게 한 기름진 자양분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생존에 대한 아쉬움이 더해가는 고 유재하가 한국대중음악계의 빛나는 전설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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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2/06 11:30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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