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휘감고 돈많은 여성에게 접근결혼 통해 신분상승 꾀하는 남성들… 멸시받는'된장녀'보다 시선은 관대

“요즘 젊은 남자들, ‘사’자 직업이나 ‘신의 직장’에 다니는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걸 보면 신데렐라 꿈꾸는 여자들 저리 가라예요.”

대기업에서 일하는 30대 초반 여성의 가시 돋친 말이다. 능력 있는 여성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거나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일부 젊은 남성들을 비난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룬 전문직 종사자로서 명품에 집착하고 자신의 준수한 외모를 무기로 여성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제보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의 행태는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된장녀’를 쏙 빼 닮았다. 한마디로 ‘된장남’인 것이다.

과시적인 소비를 즐기고, 여성에 의지해 부와 신분상승을 맛보려는 된장남 풍조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있을까.

모 결혼정보회사의 서초지역 책임자는 “된장남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배금주의가 남성 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30대 결혼연령층에서는 여성배우자의 다른 조건은 다 제쳐놓고 경제력만 본다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이 책임자는 전한다.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회원 중에는 여성의 자산이 100억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몇 달 전 1,000억 원 대의 자산가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데릴사위를 공개 모집하자 전문직 남성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어 사회적으로 화제와 논란이 됐던 적도 있다. 확산되는 된장남 풍조의 현 주소를 웅변한 사례다.

여성의 경제력에 의존하려는 남자들이 많아지면서 웃지 못할 얘기들도 자주 벌어진다.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는 남성회원 가운데 맞선 본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 면전에서 퇴짜 놓고 나오다 상대방이 외제차를 몰고 온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왕왕 있다고 전했다.

능력 있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여자 배우자의 덕을 봐 부와 신분상승을 이루려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전문직 남성으로 외모가꾸기와 명품 브랜드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된장녀의 남성 버전인 된장남으로 불린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그러나 된장남은 된장녀와는 달리 사회적 비난과 지탄의 대상에 별로 오르지 않는다. 된장녀라는 용어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된장남이란 단어는 사회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그렇다. 인터넷 상에서도 된장남을 향한 욕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를 쓴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된장남들이 여성에 의지하려고 한다지만, 사실 그들의 의식 밑바닥은 마초주의(일종의 남성우월주의)에서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며 “물질만능주의의 영향을 받아 돈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을 뿐 사회 자체는 아직도 마초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된장남, 된장녀를 통해 똑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남성에게는 무척 관대한 우리사회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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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