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교육 못 받은 서양화가의 아날로그 감성 물씬"

“솔직히 이 자리에 나오기 싫었습니다.”

밀알출판사 최검열 대표는 기자와 첫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자의 언론 인터뷰 자리에 출판사 대표로 참석한 그는 인터뷰 내용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기자가 가끔 건네는 질문에 짧게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와 최 대표는 두 시간 여 동안 대화를 했고, 최 대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자가 직접 홍보하면 출판사로서 좋은 일이지만 달갑지만은 않아요. 그렇지 못한 다른 좋은 책도 많거든요. 전 알려진 책을 더 홍보하기보다 알려지지 않은 책을 먼저 홍보합니다. 수익 면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죠.”

그의 조용한 말투, 수더분한 외모는 밀알출판사란 이미지와 섞여 우직한 인상을 자아냈다. 밀알출판사는 인문ㆍ사회과학 서적과 문학, 실용서를 퍼내는 종합출판사. 1987년 세워져 올해로 꼭 30년을 맞았다. 그에게 출판시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국내에 출판사가 2만 여 개입니다. 등록제로 바뀌면서 출판사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죠. 출판이 이제 콘텐츠나 기획력의 싸움이라기보다 일종의 공산품 생산처럼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신진 기업 중 콘텐츠, 기획, 구성력이 탁월한 곳이 많습니다. 경쟁사이지만 박수 쳐줄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 대표가 추천한 책은 최유희 씨가 지은 <내 이름은 비홉>. 최유희 씨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서양화가다. 최 대표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고, 큰 콘셉트에서 보면 한국 서양화 계보에서 벗어나 있다”고 저자를 소개했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화가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어렸을 적하고 싶었던 그림을 위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초대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쌓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해낸 사람’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름은 비홉>은 최유희 씨의 그림과 글이 있는 화보집. 저자는 이 책을 “쓴 책이 아니라 그린 책”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한 후 글로서 그림을 다시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과 그림을 통해 가슴 시린 기억과 아픔,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 추억과 그리움, 사랑과 헤어짐을 통한 성숙 등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최유희 작가는 책을 출간한 직후 12월 초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출판사에서는 저자 작품과 책을 미 뉴욕에 보낼 계획이다.

예전 <걸레스님 중광>이 외국에서 먼저 인정 받은 뒤 나중에 국내서 붐이 일어난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마케팅 기법을 이 책에 적용키로 한 것.

최 대표는 “20~30대 독자와 화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 한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출판시장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기획과정이 크게 바뀐 건 없어요. 디지털 시대의 대안으로 출판계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린 작품을 기획하고 있고 시대물이나 역사관련 서적도 꾸준히 인기 있습니다. 이 책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어요. 디지털 시대, 예전 감성을 찾는 독자들에게 어필할 거라고 봅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