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작가 400여 작품 선보이는 국내 최대규모 전시회

벌써 50년이다. 1958년부터 시작된 한국 현대 판화사 50년을 한 눈에 조망하는 전시회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현대판화 1958-2008>전이다.

판화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우리나라 판화미술계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도입기부터 시대별 대표 작품, 작가들의 동향, 기법의 변화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판화전에는 약 130명의 작가들이 내놓은 4백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국내 판화계 역사상 최고의 대규모 행사다. 크게 2부로 구성, 1부에서는 1958년 태동기에서부터 1989년까지의 작품들로, 2부에서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의 판화들로 나뉘어 선보이고 있다.

한국 현대판화의 여명기로 불리는 1950년대의 작품들은 특히 주목을 끈다.

서구적 기법을 이용한 판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 국내 최초의 판화가들의 모임인 ‘한국판화협회’도 이 시기에 결성됐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한국현대판화사의 태동기로도 불린다. 판화가 가진 예술성과 독자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판화계의 생명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한다.

윤명로의 <문신>, 김종학의 <역사>, 배륭의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인 1960년대산이다. 대학에서 판화 교육이 시작되었고,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판법이 유행했다. 판화가 지닌 운송상의 장점 덕에 대규모 국제전 참가도 수월하고 빈번해졌다.

더불어 판화의 국제 교류와 작가들간의 교감이 활기를 띠었다. 1968년에는 강환섭, 김민자, 김상유 등 상당수의 작가들이 모여 ‘한국현대판화가협회’를 탄생시켰다.

1970년대의 흔적도 전시작품들과 함께 이어진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판화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작가들의 의욕적인 실험성이 작품 속에 시도되고, 다양한 판법이 도입되는 등 판화기술의 발전기를 맞는다. 국내 미술계 내부에서도 판화의 독자성이 인정되면서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가 열리는 등 도약기로 올라선다.

1980년대로 넘어가면서 국내 현대판화계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추상적 경향의 작가들 뿐만 아니라 목판화의 투박한 선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이 등장, 국내 판화의 질적, 양적 변화가 두드러진다.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판화 그룹전과 개인전도 확연히 늘어난다.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제2부는 더욱 파격적이다.

사진 전사, 레이저 컷팅, 캐스팅 등 보다 다채롭고 획기적인 기법들이 작업에 도입된다. ‘찍는다(print)'는 판화 고유의 원리를 지키면서도 판화의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판재를 가공해 자국을 찍어내는 전통적 방식을 사용하는 한편,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전통적 방식과 타 장르를 결합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작가들이 있다. 컴퓨터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디지털형 판법 또한 신세대 작가들이 선사하는 새로운 흐름 중 일부다.

최영림, 정규, 이항성, 이상욱, 유강렬, 김봉태, 서승원 등 133명의 작가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판화계의 작가 또는 작품들과 인사하며 자신의 새해 밑그림도 함께 새겨봄 직 하다. 2008년 1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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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