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구매대행 사이트 단골… 미국·유럽·일본 명품을 안방서 산다국내 오프라인 매장보다 가격 저렴희소 브랜드 선호 '프루브족' 주요 고객… 신체조건 달라 사이즈 확인은 필수

앤조이밀란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김 대리(35ㆍ여)는 하얀 드레스 셔츠와 오토바이를 탈 때 입는 라이더 재킷, 페이턴트(광택처리된 가죽) 소재의 커다란 잇백 등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뉴요커 스타일의 패션을 즐긴다.

그가 입는 브랜드는 ‘제시카 심슨’, ‘램’ 등 일반 매장에서 구경하기 힘든 생소한 해외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주변 사람들은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닌 그가 어떻게 미드(미국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완벽한 뉴요커 패션을 소화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김 대리가 해외원정쇼핑을 가지 않고도 희소가치가 있는 외국브랜드로 치장하고 해외 유행에 민감할 수 있는 것은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덕분이다.

국경을 초월해 다양한 문화를 즐기려는 욕구가 강한 2030세대를 주축으로 소비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외구매대행은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은 해외 브랜드 구매와 배송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주는 서비스.

지난해 관세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는 430여 개가 넘었으며, 5,000억~6,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1년 ‘위즈위드’ 한 개 뿐이던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는 2004년 4개, 2005년 191개, 2006년 343개 그리고 2007년 430여 개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매대행 대상 국가도 미국 위주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과 일본 등지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가 오픈했을 당시엔 국내 매장에서 팔지 않는 낯선 브랜드는 찾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남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프루브족’이 생겨나면서 지금은 오히려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사려는 이들이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의 주요 고객을 이루고 있다는 게 업계 MD(상품기획자)들의 설명이다.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은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독특한 해외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어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마다 국내 다른 쇼핑몰에서 다루지 않는 희소브랜드를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엔조이뉴욕(www.njoyny.com)의 ‘쿠바’ ,‘바키아’, ‘안냐 힌드마치’, 엔조이밀란(www.njoymilan.com)의 ‘톱샵’, ‘미스 셀프리지’, 라흐두뜨(www.laredoute.co.kr)의 자체브랜드 ‘라흐두뜨’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도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의 인기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리바이스 501’의 경우, 국내 L백화점에서는 15만8,000원에 팔고 있지만, 모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는 4만9,800원에 팔고 있다. 인기 여성슈즈 브랜드인 ‘스티브 매든’ 롱부츠의 경우도 국내 편집매장에서는 2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 가면 7만9,000원에 살 수 있다.

구매대행 사이트마다 특정 브랜드를 싸게 파는 경우도 많다. 위즈위즈는 ‘맥스 뉴욕’을, 엔조이뉴욕은 ‘리바이스’와 ‘케네스 콜’ 등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고 있다.

구매대행 쇼핑몰들은 해외 현지 세일 기간에 맞춰 국내 고객들에게도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지난 시즌의 상품을 최고 80%까지 싸게 판매하는 ‘재고정리 세일’을 이용하면 해외 유명브랜드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주부 박 모(34ㆍ여)는 신년을 맞아 대대적인 재고정리 세일을 진행하고 있는 라흐두뜨에서 딸에게 입힐 유럽풍의 세련된 니트 가디건을 30% 할인가인 2만원 대에 구입했다.

해외구매대행 마니아인 사진작가 최 모(28ㆍ남) 씨도 옥션 해외구매대행 사이트 ‘191’에서 허드슨 청바지를 50% 할인된 가격인 12만7,000원에, 제이크루 컨버스화를 5만4,500원에 구입했다. 191은 1월 말까지 국내 미유통 브랜드상품을 최고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톱브랜드 크레이지 세일’을 실시한다.

이밖에 해외구매대행 마니아들은 다양한 사이즈의 상품을 갖춰놓고 있어 몸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고, 뉴스레터를 통해 뉴욕, 밀란, 런던, 파리, 도쿄 등 해외 리포터들이 실시간으로 전하는 현지 패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수입대행 쇼핑몰 이용 시 사이즈나 주문취소 등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팔다리의 길이 등 우리나라사람과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사이즈 조건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외 현지에서는 주문 취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문당일 24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주문취소가 불가능하다. 또, 주문 후 평균 배송기간은 10~20일로, 한국과 해외의 시간차 때문에 주문 후 주문한 상품이 품절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엔조이뉴욕의 문찬경 MD는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쇼핑몰의 결재수단이 확실한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인지를 확인하고 ▦쇼핑몰에서 ‘Hit아이템’이나 ‘재입고’라고 표기된 상품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고 만족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하며 ▦쇼핑몰마다 타 쇼핑몰에 없는 독점상품이 있으며, 똑 같은 상품도 가격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가격비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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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